“파리협약 탈퇴 사과”… 트럼프 대신 고개 숙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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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대해 사과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대해 사과하며 국제사회에 고개를 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7년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데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의 결정이나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진다.

영국 글래스고 COP26 연설
“전임 미국 행정부 선택
국제사회 대응 늦춰다” 반성
산유국 증산 촉구 비판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하룻밤 새 이룰 수 없어” 항변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임 행정부가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리협약 탈퇴로 우리들은 난관에 처했다”며 미국의 탈퇴가 국제사회의 대응을 늦췄다고 인정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파리협약을 비준했다. 파리협약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넷 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실천하자는 협약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은 국제사회가 도덕적, 경제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에너지원 다변화 필요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0억 t 줄일 것이라면서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논의 테이블에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모범을 통해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점점 커지는 재앙 속에서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세계 경제의 기회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외치는 바이든 대통령이 산유국에는 원유 증산을 촉구해 모순적 행보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에 유휴시설을 가동해 원유 생산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는 미국에서 급등하는 휘발유 가격을 글로벌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잡으려고 내놓은 촉구였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미국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행정부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석유나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가 상승하면서 재화의 가격도 덩달아 끌어올린다. 자동차나 난방 연료 지출 비중이 커지면 가계는 다른 재화나 서비스 소비에 지출을 줄여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는다.

행동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이 과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아이러니 같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로 하룻밤 사이에 옮겨갈 것이라는 생각은 이성적이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석유나 천연가스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비일관적인 게 아니다”며 “우리는 현격한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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