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주정차 막히자 주택가 골목길 주차로 ‘풍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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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현장 가 보니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면서 차량이 단속을 피해 주택가 골목으로 숨어 주차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주택 밀집지역 주민들은 단속을 피해 숨어 들어온 차량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2일 오전 8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초등학교 앞. 학교 정문에 3분가량 정차하던 승용차는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급히 자리를 떠났다. 오전 8시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에 1분이라도 정차했다 적발되면 과태료 12만 원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뒤편에 위치한 주거지 주차장은 출근 시간인데도 모든 면에 주차가 돼있었다. 더 구석진 골목으로 향할 수록 갓길에 주차된 차량이 점점 생겨났다.

학교 앞 주차 땐 과태료 12만 원
주차장과 도로 걸친 꼼수 주차도
경계 넘어서자 곳곳에 갓길 주차
단속 피해 들어온 골목 ‘북새통’
주민 “주거지 보행 위험” 불만 토로


오전 9시께 사하구 하단초등학교 인근 골목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인데도 갓길에 주차한 차량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승용차 두 대가 한 주차면에 함께 주차하거나, 노란 표시선 바깥으로 튀어나가지 않기 위해 빌라 주차장과 도로에 차량을 걸쳐 주차하는 꼼수도 펼쳐졌다.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 표지판을 넘어서자 본격적인 갓길 주차가 시작됐다. 몇몇 차량은 아예 인도로 올라왔다. 학교 인근 주차장도 북새통이다. 하단역 공영주차장 관계자는 “스쿨존 주정차 금지 이후로 주차장을 찾는 차들이 더 많아진 걸 실감한다”며 “요즘은 하루종인 주차면 150개가 거의 다 차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부산 시내 어린이 보호구역 899곳의 주·정차가 전면 금지됐다. 이곳에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정차한 차량에는 승용차 기준 과태료 12만 원이 부과된다. 2일 부산시 16개 구·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어린이 보호구역에 주·정차해 적발된 차량은 689대다. 이 중 견인까지 한 사례는 18건이다.

차량이 어린이 보호구역 인근 골목으로 숨어드는 것은 지자체가 보호구역 인근 골목까지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 주·정차 단속은 학교 정문에서 이어지는 주도로 위주로 진행한다”며 “주택가 골목길 하나하나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거지 주차장과 노상 주차장도 모두 폐지하는 것으로 예고돼 당분간 주택 골목이 주차 차량으로 붐빌 전망이다. 일부 구·군은 2023년께 준공을 목표로 공영주차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지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게 대부분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안팎의 주민들은 주거지 보행안전은 사라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하구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지금은 주거지 주차장이라도 있지만, 이마저 사라지고 지금처럼 골목길 주차가 난무하면 어르신이 많이 사는 지역은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계도 위주로 현장을 단속하며 적응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단속 건수가 213건으로 가장 많은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코로나로 사정이 어려운 분들도 계셔서 과태료를 물지 않고 계도 위주로 단속을 하고 있다"며 "신고가 자주 접수되는 지점은 현장 단속 때 꼭 방문해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도록 계도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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