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장사 못 했는데 손실보상금은 한 달 임차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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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터진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방역수칙 잘 지킨 보상이 겨우 이것입니까?”

지난 1일 부산 서면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40대 문 모 씨는 눈물 머금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문 씨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것은 지난달 책정된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이다.

문 씨는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 최근 그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신속보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그러고도 한참을 마음 졸였다. 지난달 28일 오전 내내 접수처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사이트가 먹통이라 ‘혹시 예산이 동나 못 받으면 어떡하나’ 발을 동동 굴렀다. 겨우 오후 3시께 접속에 성공한 문 씨. 그러나 그의 그의 얼굴에서는 금세 희망의 기색이 사라졌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 분통
자영업자 생계 최대 위협요소인
‘임차료 자체’ 보전 안 해 괴리
‘임대료 멈춤법’ 등 요구 커져

887만 8000원. 문 씨는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화면에 나타난 손실보상액이었다. 가게 한 달 임대료 770만 원에 관리비 350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전혀 없는 돈이었다.

“두 딸의 유치원비는 물론이고 직원 월급, 노래방 기계 저작권료도 못 내고 있는데 손실보상금이 겨우 한 달치 월세밖에 안 됩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한 달 넘게 걸리는데 그 사이 대부 이자가 더 붙을까봐 무서워서 포기했습니다.”

문 씨는 ‘방역수칙을 어기면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해 버리겠다’는 정부의 엄포에 2년 내내 마음을 다스려 왔다. 지난해 밀린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강제로 퇴거되는 수모도 겪은 지인의 업소도 떠올랐다. ‘다 나중에 보상 받으리라’는 생각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마음을 가다듬으며 가게 문을 만지작거린 문 씨였다. 그럴 때마다 두 딸을 보며 견뎌온 문 씨는 끝내 손실보상금 액수를 보고는 눈물을 쏟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7일부터 1일 오전 11시까지 전국의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액으로 총 1조 원을 지급했다. 소상공인 33만 여 명이 평균 300만 원을 받았다. 전체 지원금액 1조 8000억 원 중 56%가 지급됐고, 신속보상 대상 소상공인 62만 명의 53%가 지원을 받았다. 중기부는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상대로 손실보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중기부의 손실보상금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 정도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손실보상금은 일평균 손실액에 방역조치일수, 보정률 80%를 곱한 값으로 책정된다. 일평균 손실액은 2019년 대비 2021년 같은 달의 일평균 매출 감소액에 2019년 영업이익률, 2019년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을 곱한 값이다. 지난해 개업해 2019년 매출이 없는 경우, 개업 연도 매출액을 기반으로 2019년 매출액을 추정한다.

하지만 손실보상금은 자영업자 생계에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하는 임차료 자체를 보전하지는 않는다는 게 현장의 불만이다. 손실보상금은 말 그대로 영업매출 손실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인건비와 임차료 등은 액수가 아닌 매출 대비 비중 정도로만 일부 반영될 뿐이다.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을 받아든 소상공인들은 ‘손실보상금이 고통 경감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이들은 ‘임대료 멈춤법’ 등 임대료 분담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 지난해 9월 임대료 연체에 따른 임대인의 계약해지권을 제한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임시 특례가 통과됐지만, 올해 3월 임시특례기간이 종료됐다.

일부 시민단체는 집합금지는 공공의 목적에 따라 강제적으로 영업권을 제한한 조치이니 임대사업자의 영업권도 함께 제한해 고통 분담에 동참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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