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억 여윳돈 생긴 거제시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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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가 내년 정부 예산지원 3600억 원의 여윳돈을 쓸 수 있게 됐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 장기 침체로 팍팍했던 시 살림살이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방재정이 부족해 지지부진하던 각종 현안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시는 2022년도 보통교부세로 3600억 원을 지원받는다고 3일 밝혔다. 지방자치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보통교부세는 정부가 지자체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원하는 재원이다. 용도가 지정된 국고보조금과 달리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투입할 수 있는 일종의 ‘쌈짓돈’이다. 행정안전부는 교부세법에 근거해 각 지자체 재정 부족액을 산정, 교부금을 책정한다. 그런데 거제의 경우, 수년째 이어진 최악의 조선 불황으로 세수가 급감하는 등 지방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교부세는 매년 그대로였다.

2022년도 보통교부세 역대 최대
조선업 불황으로 세수 급감하자
정부 지원 확대 요구해 얻은 성과
용도 지정 안 돼 지자체 자율로
산적한 현안 해결에도 도움 될 듯

1995년 개청 이래 2019년 가장 군색한 재정 상황에 직면한 거제시는 교부세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거제시 예산 규모는 7000억 원대로 겨우 규모는 유지했지만 ‘가용 재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가용 재원은 필수 사업이나 경상비(회계 연도마다 연속적으로 반복 지출되는 일정한 종류의 경비) 등을 빼고 시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윳돈이다. 예년에는 400억 원 안팎이었는데, 그해엔 7000만 원이 전부였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 불황으로 세입이 급감한 탓이다. 거제시 지방세입은 조선업 호황 끝물인 2016년 1791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불황이 현실화한 2017년부터 급감했다. 이는 법인세분 지방소득세(기업이 중앙정부에 내는 법인세의 10%) 실종 영향이 컸다. 거제시는 한 해 많게는 900억 원을 이 세금으로 충당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채웠다. 하지만 양대 조선소가 적자에 허덕이면서 이 세입이 ‘0원’이 돼 버렸다. 적자 법인은 법인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인구 유출까지 가속화하면서 근로자 임금에 부과되는 특별징수세와 주민세도 150억 원 상당에서 100억 원 안팎으로 30% 이상 줄었다. 여기에 국·도비 지원 사업에 대한 시비 분담액 증가도 재정난을 가중시켰다.

이대로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거제시는 행안부에 지역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특히 변광용 시장은 청와대, 중앙부처, 국회를 오가며 국·도비 확보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당초결정기준으로 2019년 2162억 원을 받아 냈다. 거제시 보통교부세가 2000억 원을 넘긴 것은 그해가 처음이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증액해 2020년 2443억 원 그리고 올해 2562억 원으로 늘렸다. 덕분에 지난해 사상 첫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거제시는 이를 토대로 재원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던 국도 3~9호선, 장애인복지관 건립 등 각종 대형 사업과 관광 인프라 구축, 시민 편익 증진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자체 재원으로 전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긴급 지원 사업도 펼쳤다. 변광용 시장은 “오랜 기간 계속된 조선업 불황과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매우 침체한 상황에 보통교부세 확보는 가뭄에 단비”라며 “내년에도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다양한 일자리와 조선업 지원, 도시계획도로 등 지역현안 해결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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