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결정’ 약속 깬 ‘북구 명칭 변경’… 행정 신뢰 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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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구포동 북구청사 모습. 부산일보DB

10월 발표 예정이었던 부산 북구의 새로운 행정구역 명칭 선정이 결국 해를 넘긴다. 북구의회와 일부 주민의 반대로 여론 수렴 절차를 한 차례 더 거치기로 한 것이다. 명칭 변경 절차가 졸속적으로 추진되어 행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구청 청사 이전과 서부산 동물복지센터 등 지역의 주요 현안이 주민 반대를 이유로 지지부진하자 북구청의 행정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론마저 제기된다.

‘감동구·낙동구’ 최종 후보 낙점
전체 세대 선호도 조사 앞두고
구의회 제동에 여론 더 수렴키로
최종 결정은 내년에야 가능할 듯
신청사 이전 등 행정력 의구심

북구청은 “구(區) 명칭 변경 절차를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3일 밝혔다. 북구 명칭 변경 절차는 전체 주민 12만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선호도 조사만 남겨 둔 상태였다. 명칭 변경 추진협의회가 5가지 안을 내놓았고, 주민 1000명이 선호도 조사에 참여해 ‘가람구’와 ‘낙동구’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0월 중으로 최종 후보를 선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북구의회와 일부 주민이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북구의 정체성을 나타내기엔 부족하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북구청은 전체 주민 선호도 조사를 위한 우편을 발송하지 못했다. 대신 추가적인 여론 수렴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북구의회로부터 예산 9000만 원은 배정받았다.

추가적인 여론 수렴 방식은 오는 11일 북구의회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북구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의회가 현재 후보는 북구의 정체성과 주민 의견 수렴과정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추가로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년은 돼야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구청은 2018년부터 ‘북구’라는 획일적인 방위식 명칭이 지역 정체성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행정구역 명칭 변경 절차를 밟아왔다. 코로나19로 대면 조사가 여의치 않아 8개월간 중단됐던 명칭 변경 작업은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종 절차를 앞두고 또 다른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하면서 최종 기일을 넘기게 되자 주민과의 약속인 사업을 절차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북구청은 지난 5월 신청사 건립 추진 과정에서도 이전 사업지로 덕천초 부지를 결정했다가 덕천초 총동창회의 반대로 현재까지 청사 이전과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다.

구포개시장 부지에 추진 중인 ‘서부산 동물복지센터’도 마찬가지로 일부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3년째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행정구역 명칭 변경 역시도 최종 기일을 넘기게 되면서 북구청의 행정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번번이 일부 반대 여론만 조성되면 몸을 사리는 북구청의 행정이 신뢰를 잃으면서 주민의 실망감만 커지고 있다. 덕천동 주민 이 모(42) 씨는 “구 명칭 변경은 2018년부터 시작했는데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수 없는 만큼, 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밀어붙여야 하는데 안타깝다”면서 “일부 반대가 있다고 추진하지 못하면 나머지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고 행정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정명희 북구청장은 "구 명칭 변경 등은 오랫동안 북구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반대 여론을 우려해 전임 구청장이 추진하지 못할 만큼 힘든 사업"이라면서 "구의회나 일부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지만, 명분이 있으니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확실히 밀고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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