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2000년대 ‘지역 여성문인들 발자취 정리’ 첫발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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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자 문학평론가 ‘부산여성문학사’ 발간

지역 여성문학사 단행본 <부산여성문학사>를 발간한 정영자 문학평론가 . 부산일보DB

부산여성문학인협회 창립 회장을 지낸 정영자(80) 문학평론가가 480여 쪽의 <부산여성문학사>(부산여성문학인협회)를 냈다. 부산 문단에서 처음 발간된 지역 여성문학사 단행본이다. 초기의 새 자료와 함께 여성 문인들을 시대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는 “문학사 정리는 매우 중요한 비평적 작업이지만 과거와 당대 각 문인들을 소개·안내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첫발을 내딛는 작업의 상당히 미진한 부분을 말했다.

각 장르 시대별 문인들 소개
김말봉·한무숙·이영도…
‘정리 넘어선 통찰’ 과제 제시

책은 11개 장으로 이뤄져 시문학 중심의 대략적인 시대 흐름(8개 장)과, 시조 수필 소설에 대한 각 1개 장을 할애했다. 부산여성문학사의 맨 앞부분에 있는 이는 해방 이전의 소설가 김말봉과 한무숙이다. 김말봉은 부산 출신에 일신여학교를 나와 1933년 등단한 대중소설가였으며, 한무숙은 봉래보통학교와 부산여고를 나왔으며 1942년 등단했다. 둘은 해방 이후 상경해버렸다.

이들의 상경 이후 1950년대 ‘텅 빈’ 부산에 온 여성 문사들이 노영란(함양) 김춘방(서울) 이숭자(대구) 이영도(청도) 시인이었다. 노영란 김춘방은 모던한 주지주의 시를 썼고, 이숭자 이영도는 서정성의 시/시조를 썼다. 정영자 평론가는 “이숭자 김춘방은 문단사 연구에서 누락돼 있다”고 했다. 새로 발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영란이 시뿐 아니라 1956년 소설집 <마지막 향연>도 냈다는 것도 새롭다. 이숭자는 1959년 이민 갔고, 노영란은 1965년께 연탄가스 중독으로 거의 창작을 멈췄고, 이영도는 1960년대 후반 부산을 떠났다.

김춘방은 1970년대 초까지 희미한 활동을 이었으며 여성 문인들이 다수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중반 이후였다. 박송죽 황양미 황다연 조남순 김수경 진경옥 시인이 그들이다. 대개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펼친 것은 1980년대 이후였다. 1980년대 새로 등단한 이들로 시에서는 이은경 양은순 강정화 김미순 윤정숙 탁영완 나영자 정영자, 시조에서는 박옥위 김소해 하경민 손무경 손영자 전연희 제만자, 소설에서는 이린 김일지가 활약을 펼쳤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부산여성문학은 1990~2000년대 이후 더욱 깊어지고 확장한다. 1990년대 이후 시에서 송유미(89년 등단) 김희영 김명옥 류정희 정남순 나경심 손순이 김순자 심미지 정옥금이 가세했고, 시조에서는 박권숙 우아지 김정 정희경 김덕남이 등장했다. 수필을 따로 떼서 보면 원로로서 한영자 장광자 구자분 박희선 황소지 박문자 윤미순, 그다음 층으로 김정화 송명화 류창희 김경자 조혜경 등이 언급되고 있다.

저자는 부산여성문학인협회를 중심으로 부산여성문학을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부산여성문학이 온전히 파악될 수 없는데 그 점을 보완한 게 ‘1990년대 및 2000년대 등단 부산작가회의 시인들’이란 글이다. 이 글에서 1990년대 이후 등단한 부산 시인인 이선형 김수우 손순미 김종미 조말선 이영옥 최정란 배옥주 한보경 등이 소개되고 있다. 1990년대~2010년대 소설에서는 박향 고금란 정혜경 권비영 정우련 박영애 조명숙 정영선 이보라 김서련 황은덕 유연희 정인 서정아 박정선 정미형 배이유 등이 등단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여성문학사>는 중요한 현역 소설가·시인이 많이 빠져 있다는 것, 문인 양산으로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문인 분류가 쉽지 않다는 것, 부산작가회의가 매우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채우고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이제 부산문학사에 대한 정리가 나열식이 아닌 통찰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 등을 과제로 제시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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