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어반 스케치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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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 대표

지난달 ‘경주 어반 스케치 페스타 2021’이 경주 전역에서 열렸다. 작년에는 보문호에서 열려 동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림을 그렸는데, 이번에는 경주 전역에 분산해 그림을 그렸다. 모여서 그리는 행사를 지양하고, 유명 작가들의 시연 장면 위주로 촬영해 유튜브 등으로 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니, 비대면 시대에 맞춰 나름의 방법을 모색한 듯 보인다.

‘경주 어반 스케치 페스타 2021’
이 행사 보고 부러움 많이 느껴

부산서도 멋진 페스타 이루어지길
행정과 문화단체, 적극 관심을

부산이 명품 도시로 가는 길
가벼운 골목 행사에도 있어

화창하고 맑은 날씨가 야외 스케치에 더없이 좋은 날, 그림을 그리는 동료들과 함께 관람하러 떠나는 길은 가을 하늘처럼 경쾌하다. 우리가 도착한 경주 금장대 주변에서는 SNS에서 이름을 날리던 어반 스케치 작가 몇 분이 시연과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자연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점점이 흩어져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바람에 살랑거리는 가을꽃과 같았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어반 스케치는 전 세계에 열풍처럼 번졌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해방구가 되었다 할까? 마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내듯 주위의 풍경과 일상의 재미를 작은 스케치북 속에다 다양한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림 속에는 무엇보다도 현장의 감흥이 살아서 숨 쉰다. 답답한 도시에서 삶을 풍요롭게 이루려는 열망이라고나 할까? 어반 스케치가 미술의 대중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남의 그림을 감상하는 미술에서 직접 그리는 미술로 자세를 바꾸었으니 그림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저마다 작은 스케치북과 펜, 그리고 물감을 들고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페스타(festa)’란 포르투갈 말로 축전, 향연, 경연, 잔치의 뜻을 지닌다. 그러니 ‘어반 스케치 페스타’란 일종의 도시 그림 그리기 축제인 셈이다. 몇 년 전부터 경주시에서는 이런 세계적 유행에 편승해 행사를 열고 있다. 홍보는 물론 시민 문화 고양에 열을 올린다. 작년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 몇몇이 초빙되기도 했다.

시작은 작가들의 향토 사랑에서 출발했다 한다. 거기에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동조하니 급물살을 탔다. 소재가 경주의 유적과 편안한 경주시의 풍경이니 홍보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마다할 리 없었을 테다. 몇 년에 걸쳐 내실을 다졌고, 해가 갈수록 성황을 이루리라 짐작된다.

부산에서 올라간 우리 일행은 이 행사를 보고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서 나는 그림 그릴 장소로서의 부산의 풍경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바다와 해안, 그리고 산과 강의 모습은 물론이고, 그 주변에서 펼쳐지는 집과 거리와 사람들의 풍경을. 정확하게 말해 그 풍부함과 다양함을 생각했다. 부산만큼 어반 스케치에 적합한 도시가 있을까 생각한 것이다. 어디 풍경뿐이겠는가? 교통, 장소, 홍보, 흥행, 어느 측면을 생각하더라도 경주에 못지않음을 알겠다. 일행 모두의 생각이 같았다.

어반 스케치로서 소망이라면, 부산에서도 멋진 페스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시민들과 부산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어우러져 부산의 풍경을 그리고, 그 그림들이 전파를 통해 세계로 퍼져 나가는 상상. 이만큼 효과적으로 부산을 알리는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부산은 큰 도시다. 작은 단체들의 힘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테다. 문화 행정을 다루는 시청이나 구청, 혹은 각종 문화단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크게 소요될 일도 아니니 출발에 부담을 가질 일도 없다.

명품 도시로 가는 길이 엑스포나 영화제, 스포츠와 같은 큰 행사에도 있지만, 시민들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가벼운 골목 행사 같은 것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화의 실체란 의외로 가까이에 있는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실은 그것들이 더 알짜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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