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95. 피비 브리저스 'Pun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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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입니다. 그는 2017년 데뷔 앨범 ‘Stranger In the Alps’와 지난해 두 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 ‘Punisher’ 단 두 장의 앨범을 선보였음에도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중음악 씬의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의 신인상을 비롯해 ‘최고의 얼터너티브 음악 앨범’, ‘최고의 록 실연’ 그리고 ‘최고의 록 노래’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그의 음악과 이름을 음악 애호가들에게 더 널리 알리게 되었는데요. 그래미 수상 부문 이름만 본다면 ‘록 분야의 재능있는 또 다른 신인이 등장했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앨범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록 분야 신인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과 색깔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록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이런 스타일의 가창과 음악을 록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문을 자아낼 정도로 서정적이기도 하거니와 기존 록 음악에 대한 인상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듯 들리기도 합니다. 기시감이 상당히 강한 가창의 스타일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말이지요.

그러나 그의 음악의 독특함과 놀랍도록 뛰어난 재능은 그가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한 음악부터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다가옵니다. 그의 음악과 노래는 어떠한 아티스트와 함께해도 그 음악 고유의 결을 유지하며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꾸어 놓으며 그의 세계로 흡입합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음악적 해석을 바탕으로 말이지요.

특히 최근 발매된 관록의 록 아티스트 ‘맷 베닝거(Matt Berninger)’의 싱글 ‘Walking on a String’ 같은 경우 ‘피비 브리저스’의 참여가 신의 한 수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멧 베닝거’ 특유의 음악에 그가 참여하면서 이 음악의 광활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무척 풍요롭고 짜임새 있게 다가오게 합니다. 멧 베닝거의 음악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피비 브리저스의 음성으로 말이지요.

‘어떻게 이 음악을 이렇게 다르게 해석되도록 만들 수 있지?’라는 의문은 피비 브리저스의 정규 앨범을 찬찬히 살펴보면 더욱 드러나게 됩니다. 특히 ‘퍼니셔’ 앨범은 그의 모든 재능을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완성한 듯 다가오게 하는데요. 이 앨범의 음악은 너무 아름답고 서정적입니다. 곡 자체가 무척 빼어나지요.

그러나 이것을 ‘피비 브리저스’는 곡 자체의 훌륭함에 머무르지 않고 마치 자신의 곡을 다른 가수에게 내어주기 위해 만든 것인 양 각 트랙에 맞는 다양한 해석과 바이브로 노래합니다. 11개 트랙이 전개되고 록이지만 서정적인 이 앨범의 한결같은 흐름 속에 미지의 세상을 여행하는 듯한 재미와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게 하는 긴장감은 그의 음악적 디테일에 관한 천부적 감각에서 기인합니다. 가창의 기술이라는 것이 실연과 함께 음악을 해석하는 아티스트의 시선과 관점 또한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하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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