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항 물류 또 위기, 요소수 대란 두고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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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전국 물류 업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 가스를 정화해 주는 용액으로, 2015년부터 의무 장착해야 하는 ‘배출 가스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품이다.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이 요소수 원료인 요소를 수출 규제하면서 국내 물류 업계가 불똥을 맞고 있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에도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면서 국내 최대 부산항의 물류도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치솟은 물가에다 물류대란까지 벌어지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든 물류대란만은 막아야 한다.

화물차 운행 필수품 품절, 곳곳서 아우성
중국 수출 규제… 물류대란만은 막아야

일선 물류 현장은 요소수 한계 상황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10L당 1만 원 내외이던 가격이 8만~9만 원대로 10배 가까이 폭등했지만 대부분 주유소에선 품절 상태다. 이 와중에 매점매석 행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더욱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1~2개월 치에 불과한 바닥 상태라고 한다. 화물 업계에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해 앞으로 1~2주 내 공급 대책이 없다면 2012년 화물연대 파업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태를 경험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요소수가 필요한 전국 화물차 200만 대가 일제히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말 끔찍한 상황으로 그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요소수 공급을 전적으로 중국에만 의존한 탓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수입한 요소수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다. 그런데 중국이 호주와 요소수 원료인 ‘석탄 분쟁’을 벌이면서 자국 내 공급이 달리자, 요소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미리 공급 다변화를 꾀하지 못한 우리의 단견이 문제를 키운 측면도 부정할 수 없는 셈이다. 경유 사용 차량이 전체 40%를 넘는 유럽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이번 사태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충분히 참고해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단은 당장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긴급대책 회의를 통해 밝힌 매점매석 단속과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등은 미봉책일 뿐이다. 단기적으론 외교 경로를 총동원해서라도 중국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경제의 심장인 부산항이 마비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아울러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요소수 공급의 다변화 방안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요소와 같은 필수 품목의 경우 ‘전략 물자’로 지정해 일정 부분 자급하는 계획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물류 비상사태를 맞아 무얼 했느냐는 비아냥은 듣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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