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도입 낡은 열차, 결국 또 ‘발병’났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퇴근길 멈춘 도시철도 1호선

지난 3일 부산 도시철도 1호선에서 갑자기 열차가 멈춰선 사고는 내구연한을 1년 남긴 노후 차량의 장비 고장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교통공사 노조는 부산 도시철도의 전동차 노후화 문제 해결과 시민 안전 강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3일 오후 자갈치~토성역 정지
내구연한 1년 남은 노후 차량
공기압력 제어장치 고장이 원인
교체 작업 중이나 예산 태부족

4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도시철도 1호선 사고는 열차의 공기 압력을 제어하는 보조공기압축기가 고장 나면서 발생했다. 고장 난 장비는 출입문을 여닫거나, 열차를 멈출 때 필요한 공기 압력을 제공하는 장치다. 해당 장비가 고장나면서 열차 스스로 비상제동 장치를 가동하며 자체적으로 멈췄다는 게 교통공사의 설명이다. 사고가 난 차량은 1997년 도입돼 열차 사용내구연한(25년)을 불과 1년 남겨뒀던 만큼, 장비 노후화 등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6시 16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다대포행 열차가 자갈치역과 토성역 사이에 멈췄다. 열차 중단 여파로 다대포행뿐만 아니라 노포행 열차 양쪽 모두 운행이 중단됐다. 교통공사 측은 사고가 난 열차 뒤를 따르던 열차에 탑승한 승객을 자갈치역에서 내리게 한 뒤 고장 난 열차를 견인했다. 고장 난 열차는 서대신역에서 대기하다 도시철도 운행이 끝난 뒤 신평차량기지로 옮겨졌다. 부산교통공사는 사고가 난 지 34분 만에 양방향 운행을 재개했다.

노후 장비로 인한 사고는 퇴근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용객 김 모(33·해운대구) 씨는 “급하게 부산역에서 내렸는데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대거 몰려 버스 타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4일까지 환불을 요구한 승객은 총 434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는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철도 1호선은 노후차량이 많아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에는 1호선 신평역 정류장 부근에서 선로와 시설물 점검을 마치고 복귀하던 작업 차량의 바퀴가 빠지면서 선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시간 20분 동안 다대포해수욕장역∼서대신역 구간의 운행에 차질이 빚었다.

부산교통공사는 2015년부터 노후 열차 교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교통공사는 2025년까지 사용내구연한을 초과한 열차 360개 열차 중 288개 전동차를 신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1호선에 총 408칸의 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부산교통공사 노조는 부산도시철도가 서울 등 수도권보다 안전투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2020년도 철도 안전투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안전투자 예산은 5405억 원인 데 반해, 부산교통공사의 안전투자 예산은 922억 원에 불과하다. 부산도시철도 노후 전동차 교체를 위한 국비 지원 역시 올해 처음으로 200억 원을 받은 것이 전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