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현지시간)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선언하며 코로나19 사태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입한 양적완화 정책 기조를 20개월 만에 줄이면서 돈줄 죄기에 나선 것이다.

양적완화 기조 20개월 만에 축소
기업들 금리·환율 변동 예의주시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에서 “월간 순자산 매입을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11~12월에 한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상태다. 11월 말에 150억 달러 채권 매입을 줄인 뒤 11월에는 11월 기준으로 또다시 150억 달러의 채권 매입을 축소한다. 연준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미국 경제가 5개 분기 연속 성장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목표치의 두 배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이 연준 결단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이 이전부터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보내 왔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파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의 테이퍼링 결정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테이퍼링 시작이 금리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신호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 결정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전자·자동차 업계 등 국내 기업들도 테이퍼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지만, 통화정책 기조에서 중대 변곡점인 테이퍼링이 시작된 만큼 기업들은 향후 금리·환율 변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8월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일단 내년 초까지 유지한 뒤 연준의 동향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기자 lee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