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출동 차질 빚을라” 소방차·구급차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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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부산 사하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요소수 재고를 파악하고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확산하면서 부산 지역 일선 소방서에서도 요소수 재고 관리에 나섰다. 정종회 기자 jjh@

“서울~부산 왕복 한 번에 요소수 10L씩 필요한데, 일을 어떻게 합니까?”

4일 화물연대 부산본부 김경락 조직국장은 화물차 기사들 문의전화가 매일 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거의 모든 주유소에서 요소수 판매를 중단하자, 화물연대에서 요소수를 구할 묘안이 있는지 묻는다는 것이다.

화물차 기사들 “강제 휴업” 분통
중고사이트엔 ‘삽니다’ 글 넘쳐
거래가격 ‘10L 1만 원→10만 원’
부산소방본부 “일정량 비축했지만
품귀 대란 길어지면 차질 불가피”

화물연대에 따르면 부산 지역 화물차 99%는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이다. 장거리 운행 한 번마다 요소수 충전도 필수라, 요소수가 떨어지면 사실상 ‘강제 휴업’이 되는 것이다. 김 국장은 “기사들이 요소수를 못 구해 강제로 쉬게 되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고 말했다.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사회 곳곳이 비상에 걸렸다. 요소수 수입의 80%를 의존하는 중국에서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이 막힌 것이다. 최근 출시된 경유차는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디젤 화물차 대부분이 요소수가 필수라 전국적인 물류대란도 우려된다. 화물차 기사들은 백방으로 요소수를 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김 국장은 “하룻밤 지나면 가격이 훌쩍 오르는 상황”이라며 “노점상이나 중고거래로도 요소수를 찾고 있지만 도무지 구할 수가 없어 점점 더 많은 기사가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주유소 대표는 “현재 10L짜리 용기에 담아 파는 요소수는 동난 지 오래고, 주유형 요소수만 조금 남은 상태”라며 “문의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데 공급망이 막혀 당장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요소수가 귀해지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요소수가 ‘금값’이 됐다. 4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는 요소수를 고가에 파는 이들과 요소수를 사겠다는 글이 가득했다.

요소수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화물 운송, 활어차, 택배업 등 생업에 차질을 빚게 된 사람들이 직접 ‘요소수 구하기 전쟁’에 나선 것이다.

해당 사이트에서 요소수는 10L짜리 한 통에 8만 원, 높게는 10만 원에 팔렸다. 그마저도 거래가 완료된 상황이다. 보통 요소수는 10L에 1만 원대로 판매된다. ‘요소수 대란’으로 가격이 8~10배가량 오른 것이다. 디젤차를 모는 김 모(33) 씨는 “평소 주유소에서 공짜 서비스로 제공하던 요소수가 갑자기 귀해져 구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얼마라도 좋으니 요소수를 구매하겠다는 사연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는 “아버지가 화물 운송업을 하시는데 주유소에서 구할 수가 없다“며 ”가족 생계 때문에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도움을 구한다”고 호소했다. 활어 운송업을 한다는 다른 이용자도 “생계 문제로 4.5t 활어차에 필요하다”며 “어디든 사러 가겠다”고 도움을 청했다.

요소수 대란에 소방·경찰 등 필수 공공 영역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부산시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요소수를 사용하는 소방차와 구급차는 전체 478대 중 256대로 약 53%를 차지한다.

부산시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일정 기간 사용할 만큼의 요소수를 비축해 뒀지만 요소수 대란이 길어진다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당분간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차량을 우선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의 트럭과 기동대 버스 등 110대도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이다. 비축해 둔 요소수가 떨어지면 긴급출동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변은샘·손혜림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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