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친 유물에서 발견한 점·선·면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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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천박물관 특별전 유물 속에 숨은 점·선·면

전시장 천정에 뭔가가 매달려 있다. 고개를 들고 위를 봐도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한데 전시장 바닥을 보니, 그림자가 짙다. 한문 면(面) 자다. 전시장 안과 밖에는 점(點)·선(線)·면(面) 조형물이 설치돼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2월 5일까지 복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전 ‘유물 속에 숨은 점·선·면’ 전이 열리고 있다. 점·선·면은 물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 형태를 가지는 최소 단위인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돼 면적과 테두리를 만들어내고 사물의 형태로 나타난다.

선을 쌓아 올려 만든 신석기 토기
수많은 점과 선으로 채운 청동기
작은 알갱이 도드라진 금귀걸이…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사물의 형태에 초점을 맞춘 전시

과거의 사람들은 다양한 점과 선을 이용해 토기에 문양을 새겼고, 여러 가지 도구로 두드려 면의 질감을 표현했다. 금속은 표면을 도려내거나 도구를 사용해 긋거나 두드려서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냈다. 유물에 표현된 점·선·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정교하고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긴 시간이 흘러도 동일한 모습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복천박물관 홍성율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사물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기본 요소인 ‘점·선·면’의 관점에서 유물을 바라보고 그것이 유물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전시는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시대별로 나누어 모두 6장으로 구성됐다. 1~5장은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토기·석기·청동기·철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점·선·면’의 형태와 표현 기술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6장에서는 ‘점·선·면’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묘사된 각종 상형토기를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점과 선을 이용한 토기의 문양과 면을 만드는 방법의 변화를 시대별 유물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점과 선으로 표현된 신석기시대 토기, 청동기시대 돌의 결을 살려 제작한 돌칼, 흑색을 이용해 면을 표현한 가지 무늬 토기, 입술 부문에 점 모양의 구멍을 뚫어 장식한 구멍무늬토기, 삼한시대 청동 거울의 세밀한 선 표현, 삼국시대 금속 공예 기술 등을 관찰하며 시대에 따른 다양한 점·선·면 표현을 볼 수 있다.

특히 신식기시대 토기 성형 방법으로 점토를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쌓아 올리는 ‘테쌓기’도 눈길을 끈다. 선이 점차 쌓이면서 토기의 면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했다.

주요 출품작으로 금 알갱이로 장식된 양산 금조총 출토 금귀걸이(보물 제1921호), 자연을 점과 선으로 표현한 영광 수동 출토 새무늬 청동기, 수천 개의 선으로 무늬를 새긴 전주 원장동 출토 청동 거울 등이 전시돼 있다. 이중 금조총 출토 금귀걸이는 금을 작은 알갱이로 녹여 붙이는 누금세공 기법을 이용해 육각형으로 구획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매우 입체적이다. 영광 수동 출토 새무늬 청동기는 유물 전체가 수많은 점과 선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유물 중앙에는 마주 보고 있는 벼슬이 달린 새가 있다. 그 위로는 고사리 모양의 식물무늬가 있고 양쪽 옆으로는 햇살로 보이는 무늬가 배치돼 있다.

경주 금관총 출토 금제허리띠(국보 제88호), 경주 천마총 출토 금제관모(국보 제189호)는 복제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번 전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점·선·면을 유물 속에서 오롯이 발견해보는 시간이 될 터이다.

점·선·면은 오늘도 세상을 만들어 간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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