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이 발품 팔아 세운 화명기록관 주목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북구 화명2동 행정복지센터에 국내 최초의 민관협력 마을기록관인 화명기록관이 들어섰다. 화명기록관은 지난 5일 개소식과 함께 ‘마을, 기억의 집’이란 주제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모은 마을의 역사와 기록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400년 된 대천마을의 토박이가 간직해 온 마을의 옛 사진과 함께 마을공동체교육기관인 ‘대천마을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의 그림도 함께 전시됐다. 유명 인사의 거창한 기록이 아닌 평범한 주민의 개인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97세 주민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60년 넘게 대천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날씨와 홍수, 마을 야유회 등을 기록한 ‘대천일기’도 눈길을 끈다.

주민과 외부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
국내 최초 민관협력 마을 역사 공간

화명기록관은 북구청이 지역문화 향상이라는 의지를 갖고 공간을 마련했고, 사립도서관인 ‘맨발동무도서관’이 13년간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한 대천마을 기록집 7권과 다양한 역사 자료를 이관하면서 성사된 민관협력의 중요한 성공 사례다. 주민과 지자체의 수평적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마련된 ‘마을 생애사 공간’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도서관 측은 전통마을과 1990년대 설립된 대규모 아파트단지, 최근 불기 시작한 재개발 과정에서 원주민과 이주민의 소통 매개체가 되자는 차원에서 주민 주도로 기록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주민 스스로를 주인으로 만드는 의미를 갖는다.

마을기록물 중에는 문화유산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있다. 해외에서는 마을기록물을 활용하여 포스터, 달력, 상징물, 홍보물 등을 만들고 교육 프로그램이나 각종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외지인에게는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시켜 역사 마케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화명기록관은 주민의 애향심과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재구성할 수 있다. “마을의 옛 역사를 기록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주민이 이 마을에 애정을 갖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도서관 측의 설명대로 기록관이 원주민과 이주민을 연결하는 공간,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화명기록관 개관은 마을 역사 기록과 주민 공동체 운동의 끝맺음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기록물 전시와 함께 기록 활동과 주민 평생교육, 연구수집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물론이고,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행정은 정책 수립, 예산 지원, 모니터링 등을 통해 주민 참여 기반을 마련하고, 조례 제정을 통해 지원 체계 확립을 서둘러야 한다. 사회 양극화와 개인주의로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마을과 우리를 연결하는 화명기록관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건다.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활기를 되찾기 때문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