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정관수술’ 해 볼까”… 환경 문제로 치닫는 ‘품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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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8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디젤 화물차로 공사 자재를 운반하는 A(63) 씨는 ‘요소수 수급 대란’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10L 기준 1만 원 안팎이던 요소수 가격이 7배가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A 씨는 “일주일에 필요한 요소수는 3통(30L)이지만, 요소수 공급이 끊겨 웃돈을 얹더라도 그 정도 요소수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일부 화물차 기사는 차량 불법 개조에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일명 ‘화물차 정관수술’로 불리는 SCR(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장치에 손대기 시작한 것. SCR를 불법 개조하면 요소수 없이도 디젤 차량을 운행할 수 있지만, 이 경우 1급 발암물질 등 오염물질이 최대 10배 넘게 배출될 우려가 있다. A 씨는 “요소수 대란에 기사들 사이에서는 SCR 불법 개조가 300만 원가량한다며 개조 방법을 묻는 등 불법도 감수하겠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웃돈 줘도 제품 못 구해 발 동동
‘질소산화물 저감’ SCR 장치
다급한 기사들 불법 개조 유혹
1급 발암물질 등 10배 더 배출
수입 97% 중국 의존한 ‘인재’
전기·수소차량 적극적 도입을

전국으로 번진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화물차 불법 개조까지 판치면서 사태가 물류 마비에서 환경 오염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은 물론 과감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에 등록된 전체 화물차 4만 3000대 중 SCR가 부착돼 차량 운행에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 화물차만 1만 2000여 대(27.9%)에 달한다. 화물차별로 운행 거리와 이동 경로가 달라 부산 화물차의 요소수 사용 추정치는 따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화물차 대당 한 달에 필요한 요소수를 최소치로 30L로 계산하더라도 부산에서만 한 달에 36만L의 요소수가 필요한 셈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는 330만여 대다. 이 중 60%인 약 200만대에 SCR가 부착됐는데, 이 차량들은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요소수는 ‘애드블루(Ad Blue)’로도 불리는 물질로, 디젤차가 내뿜는 매연과 발암물질을 줄이는 촉매제다.

다급해진 정부는 이번 주 중 호주에서 요소수 2만 7000L를 들여오고, 베트남에서 요소수 원료인 요소 200t을 다음 주 중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국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대형 디젤 화물차는 보통 300~400km를 주행하려면 요소수 10L가 필요하다. 요소수 2만 7000L는 화물차 2700대가 10L씩 1회 넣을 수 있는 양에 그치는 수준이다.

요소수 대란이 당장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들은 SCR 불법 개조까지 손을 뻗고 있다. SCR가 부착된 차량에 별도 부품을 달거나 전자제어 장치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조 방식이다. SCR를 개조하면 요소수가 부족해도 운행은 할 수 있지만, 적발 때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다. 하나 당장 생계가 급한 기사들 사이에선 ‘불법 개조 적발도 무릅쓰겠다’는 분위기가 파다하다.

화물차 업계와 차량 전문가는 이번 요소수 수급 대란을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정의한다. 그간 국내 경유차 요소수 생산 원료의 97%가량을 중국에만 의존해 온 탓에 이 같은 수급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는 이야기다. 이번 요소수 대란을 반면교사 삼아 전기 또는 수소차량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에너지 전환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림대 김필수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한때 정부가 나서서 디젤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몰아가면서 국내에서 디젤 차량이 대책 없이 늘어 유럽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곳이 됐다”면서 “이번 요소수 대란은 차량 시장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곽진석·탁경륜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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