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에 힘 싣기도 난감, 나몰라라하기도 난감… ‘홍준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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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딜레마에 빠졌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당원투표에서 패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지만 향후 거취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에 적극 참여하기도, 그렇다고 무작정 외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홍 의원은 일단 국민의힘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 선대위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경선 승복하며 “비리 대선 불참” 선언
정치권선 홍 대선 역할론 두고 옥신각신
윤석열과 앙금 남았고 김종인과도 앙숙
충돌 위험 상존… 선대위 합류 쉽지 않아
홍 지지자 지방선거 공천 불이익 우려
무작정 현실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


그는 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우리 후보가 됐지만, 마이크 잡기가 어렵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이날 2002년 대선에서 아들 병역 논란이 불거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언급, “불법은 아니지만,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대선에도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아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석상에서 분명히 얘기했다. 비리 대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백의종군하는 것과 원 팀 정신을 주장하는 것과 별개”라고 강조했다. 그는 “100분의 1도 안 되는 당심만으로는 대선에서 이기기가 어렵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 정가는 이날 하루 종일 국민의힘 경선 결과와 홍 의원의 역할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거의 5 대 5로 국민과 당원 여론조사를 했는데, 국민 여론에서 10%포인트(P) 이상 이긴 홍준표 의원이 떨어지는 이변이 발생했다”며 “만약 민주당 대선 룰을 적용했다면 홍 후보가 당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홍 의원과 많이 충돌했던 하태경 의원조차 “정치적 천재성이 있는 분”이라며 “윤석열 후보는 홍 후보를 정치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홍 의원이 당 선대위에 선뜻 참여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의 공식적인 언급과 달리 경선 결과를 쉽게 수용하기 힘든 데다 윤 후보와의 앙금이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대위 내에서의 역할도 불분명하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설정도 난제다. 워낙 홍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사이가 좋지 않아 선대위 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동시에 합류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대위 합류를 마냥 거부할 수도 없다. 홍 의원이 계속 외곽에 남아 있을 경우 그의 핵심 지지층인 수도권·호남 지역과 2040세대의 국민의힘 이탈이 가속화될 확률이 높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지난 주말 수도권 선거인단에서만 1800명 넘는 탈당이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지지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홍 의원의 부울경 지지자들 중에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많아 이들이 경선이나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홍 의원이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PK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윤석열 캠프 출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홍 의원이 지지자들을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홍 의원이 ‘정권 교체’ 의지가 워낙 확고해 결국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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