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다회용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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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아침 출근길은 물론이고, 점심 식사 후 커피점에 들르는 일은 일상사가 됐다. 커피를 즐기는 생활문화의 확산으로 일회용 컵 사용도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된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매장 내 취식에서도 일회용 컵이 대세였다.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머그잔 같은 다회용 컵을 요구해도 업장에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서 일시적으로 허용됐던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다시 시행될 전망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 6일부터 서울시청 인근 12개 매장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일회용 컵 없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음료는 매장용 머그잔이나 개인 텀블러 혹은 다회용 컵에 제공된다. 다 쓴 컵은 무인 회수기를 통해 반납하는데, 보증금 1000원을 현금 또는 포인트로 돌려받는다. 반납된 컵은 전문업체가 수거·세척한 뒤 재사용한다. 아직은 컵 반납기를 비치한 매장 수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올해 7월 제주에서 시범 운영할 때도 다회용 컵 회수율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산에서도 지난달 26일 다회용 ‘부산E컵’ 시범 사업을 선보였다. 부산시청 인근 카페를 비롯해 해운대구 해리단길, 영도구 흰여울마을, 중구 중앙동 등에서 운영 중이다. 부산E컵은 재생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만든 다회용 컵으로 매장 안과 밖(테이크아웃)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제휴 카페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QR코드를 찍고 부산E컵에 음료를 받아 마신 뒤 지정된 회수함에 반납하면 된다. 2000원의 보증금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반납하면 차감되지 않고, 반납된 컵은 전문 살균 세척 시스템을 거쳐 재사용된다. 사용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다회용 컵 사용이 일회용품 줄이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실제로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은 엄격한 의미에서 친환경 제품이 아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220번, 폴리프로필렌 텀블러는 50번을 재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2019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텀블러 하나를 만들거나 폐기하는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종이컵보다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는 13배 높았다. 결국 다회용 컵이 ‘친환경’이 되려면 사용 횟수가 중요하다. ‘여러 번’ 쓰는 문화 정착을 위한 법과 제도 못지않게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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