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낙조,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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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훈(1961~ )

이별이란

참 슬픈 말이라지만

소유를 놓아준다는 의미로

그 이후의 고요가

참, 맑다



그래, 이별은 언제나

뒷모습이었구나



이별이란 떠나간 것이 아니라

빈자리를 내어주는

그것이었구나



-시집 (2017) 중에서-

모든 만남은 이별을 가진다. 사회적 인연이 끝나서 맞이하는 이별도 있고 함께 삶을 지속하지 못해서 맞이하는 이별도 있지만 아무리 오래가는 만남의 인연도 죽음이라는 큰 이별을 피할 수는 없다. 만남은 자기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만나서 시작되는 관계가 아름답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이별은 아름다운 관계의 종착역이다. 아름다운 관계는 서로 소유하지 않고 서로 보완해 나가야 가능하다. 지는 낙엽과 저무는 석양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소유할 수 없었던 관계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말한다.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매일 우리는 스치며 지나가는 많은 인연들 속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하고 있는가. 떠나는 자의 빈자리를 보면서 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가. 시인은 말한다. 나의 빈자리가 또 누군가의 소유가 된다고.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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