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공원 주변 건축제한 해제’ 가짜뉴스에 뒷짐 진 구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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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께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인근 아파트에 걸린 경관지구 해제를 암시하는 현수막.

부산 유엔기념공원 일대 건축제한 해제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제 확정을 암시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주민의 혼란과 부동산 시장 교란 우려에도 남구청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UN기념공원 일원 경관지구 해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추진위는 최근 ‘유엔기념공원 일원 건축제한 해제, 50년의 주민숙원 드디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남구 유엔기념공원 일대 내걸었다. 지난달 21일 ‘15분 도시 비전 투어’로 남구를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경관지구 해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추진위는 "아직 해제가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며 "부산시가 해당 발언을 번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게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 해제 암시 현수막 내걸어
박형준 시장 ‘노력’ 멘트 확대해석
중개업소 사실 문의전화 줄 이어
자칫 인근 부동산 질서 교란 우려
남구청 내년 선거 의식 ‘나몰라라’

부산시는 1971년부터 단계적으로 유엔기념공원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공원 주변 39만㎡가량을 미관지구 등으로 지정해 개발행위를 제한했다. 이에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수년간 해제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최근 남구를 찾아 관련 사안을 살펴보겠다는 정도의 발언을 한 것이다. 당시 박 시장은 "50년 동안 조금도 움쩍달썩 못하게 한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어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논의를 하고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행정적으로 완료된 사안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추진위는 해제 확정을 의미하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혼란을 부추겼다. 현수막이 걸리자 이 일대 부동산에는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 게시 이후로 사실이 맞는 거냐는 문의가 많이 왔다"며 "현수막 하나로 들썩이는 게 부동산 시장이다"고 말했다. 경관지구가 해제되면 해당 지역 건축물의 건폐율과 높이, 업종 등이 완화돼 인근 부동산이 들썩일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이런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도 남구청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구청 도시계획팀 관계자는 "해당 문구가 가능성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확정된거냐는 문의 전화가 여러 통 오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조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 상당수는 구청의 해석과는 다르게 현수막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 남구 주민은 "저 문구를 가능성 정도로만 읽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며 "주민들 표를 의식해 가짜뉴스에 팔짱 끼고 부동산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해제는 확정되지 않았을뿐더러 유엔 측과의 협의도 남아있어 해제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남구청은 내년 부산시가 진행할 예정인 ‘2030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용역’에 경관지구 해제를 사전에 건의해 놓은 상황이다. 관련 용역은 내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부산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시는 일단 주민들의 편에서 유엔 측에 협조를 요구한 상황이고, 남구 주민뿐만 아니라 부산시민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순서도 남아있어 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기념공원 관계자 측도 “아직 부산시와 논의만 한 단계이며 현수막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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