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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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어린이 놀이터는 1935년 일제에 의해 서울 중구 인현동에 설치된 ‘요정아동공원’이었다. 이후 한국 사회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어린이의 치안 및 건강, 훈육 등 다양한 쟁점이 사회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어린이공원과 놀이터를 본격적으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한국에는 딱지치기, 구슬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등 옛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도시화, 아파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이런 놀이를 할 골목이나 실외 공간조차 찾기 어렵다. 놀이터보다는 게임과 스마트폰 등 혼자서 하는 놀이나 키즈카페 등으로 몰리면서 사회성이나 협동성, 신체활동 발달 정도가 낮아진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할 정도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협상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갈등을 해소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우며, 주변 세계를 탐험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남의 놀이터에서 놀면 도둑”이라며 주거 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아이들에게 야박하다” “엄연한 사유지”라는 갑론을박이 만만치 않지만, 아이들이 뛰어놀다 생긴 일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것은 씁쓸하다. 비단 이번 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 놀이터 등 커뮤니티 시설이 고급화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외부 어린이의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마저도 사는 곳에 따라 격차를 보이고, 분리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모의 재산, 사회적 지위에 따라 아이들 놀이 경험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또래 간 문화적 차이와 집단 분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가와 지자체, 지역사회는 미래 세대인 모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는 ‘아동에게 놀이는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복지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가 적절하게 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는 국가의 핵심 관심 사항이란 말이다. 특히 놀이 공간이 취약한 지역과 아이들을 찾아, 보다 공평하게 놀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행복한 어른이 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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