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부산 재미없잖아”, 대안이라도 갖고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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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부터 2박 3일 동안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로 명명된 전국 순회 프로젝트 일환으로 부산·울산·경남을 방문했다. 두 달간의 민생 대장정 첫 지역 방문지로 부울경을 택한 것은 그만큼 지지도가 약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대선의 승부처이자 자신의 지지층이 취약한 세대인 2030 표심을 공략할 요량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산의 스타트업·소셜벤처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가 “부산 재미없잖아, 솔직히”라고 발언했다가 황급히 수습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 단순한 실언일 수도 있지만, ‘지역 비하’의 뜻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서 유감이다.


실언 한마디가 논란될 만큼 현실적 문제
분권·균형발전 없이 불평등 해소 안 돼

대화의 맥락상 단순 즐길 거리뿐 아니라 일자리와 자녀교육 등 정주 환경을 매력 있게 바꿔서 인재 유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하지만, 야당에게 공격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올 때마다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생각했다”거나 “박재호 의원이 부산 시민을 향해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시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해 충격을 준 사실도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물론 민주당도 “부산 지역 국회의원 중 78%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금까지 부산 발전에 무엇을 해 왔느냐”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발언을 지역 비하, 지역 폄훼 논란으로 변질시키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 경청 투어를 떠나는 이유를 “같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지방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기회를 더 많이 잃고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한데, 매타버스 첫 순회지에서 지역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죽하면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재명 후보님 ‘부산이 재미없어’ 죄송합니다!”라고 맞받아쳤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박 시장 말마따나 떠나는 기업과 사람 잡기에도 힘에 부치고, 뭐 하나 유치해 오려면 경기도보다 백 배 이상 힘든 곳이 바로 지방이고 또 부산이다. 최근 ‘이건희 기증관’ 건립 부지만 하더라도 서울로 최종 확정된 뒤 ‘닭 쫓던 개 먼 산 쳐다보듯’ 할 수밖에 없었다.

실언 한마디가 정치적 논란거리를 불러일으키는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이게 또 우리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후보에게 강력하게 요청한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반쪽, 재미없는 지방 도시를 신명 나게 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 어젠다야말로 불공정·불평등 문제와 함께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사는 지방을 바로 세우고, 점점 더 블랙홀이 되는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대선 후보로서 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명확한 인식 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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