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릴 땐 느릿”… 즉각 내린 ‘알뜰·직영’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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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첫날 부산은

유류세 인하 첫날이던 지난 12일, 부산 주유소들은 리터당 200원 가까이 내린 휘발유 등을 넣기 위해 찾아온 차들로 붐볐다. 하지만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유소는 1~2주 가까이 가격 적용이 늦어져 혼선이 빚어지고 시민 불만도 높았다.

지난 12일 낮 12시 부산 연제구 한 셀프 주유소. 유류세 인하가 바로 적용돼 휘발유를 L당 1609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전날보다 200원 가까이 저렴해진 덕분에 주유소에 들어오려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승용차뿐 아니라 대형 화물차 2대도 주유소 한쪽을 차지했고, 직원들은 손님을 빈 주유구 옆으로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직영·알뜰 외 80% 민간 주유소
재고 따라 1~2주 적용 늦어져
유가 정보 ‘오피넷’ 접속 지연도
시민들 “값 올릴 때만 신속” 불만

이날 주유소를 찾은 직장인 김 모(34·부산진구 부전동) 씨는 “최근 휘발유가 L당 1800원을 넘으면서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오늘까지 기름 넣는 걸 계속 미뤄 왔다”면서 “기름을 가득 넣기 위해 서둘러 주유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안내를 돕던 주유소 직원은 “아침부터 ‘유류세 인하가 됐느냐’ ‘가격이 내린 게 맞느냐’는 등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면서 “인근 주유소 중에는 우리가 가장 먼저 가격을 내려서 한동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 주유소별 기름값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피넷’ 접속도 한동안 지연됐다. 이날 취재진이 오피넷 휴대폰 앱을 켜자 ‘서비스 접속 대기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며 1분가량 접속이 늦어졌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약 6개월 동안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 LPG(부탄)는 40원의 유류세 인하(L당)가 적용된다. 부산은 14일 기준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10원으로, 유류세 인하 전날인 11일(1789원) 대비 79원이 내렸다.

개별 주유소마다 유류세 인하를 적용하는 시기는 차이가 난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주유소는 정부 지침에 따라 즉시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80% 민간 주유소는 재고에 따라 1~2주가량 반영이 늦어진다. 유류세 인하 전 반출돼 시중에 유통 중인 기름은 가격 반영이 늦기 때문이다. 전국 주유소 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는 “재고 물량 소진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최대한 이른 시기에 인하분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를 손꼽아 기다렸던 시민들은 휘발유 인하를 반영하지 않은 주유소를 보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최근 폭등한 기름값 탓에 기름 넣기를 주저하던 이 모(30·북구 화명동) 씨는 “유류세 인하 날만 기다렸는데 막상 넣으려고 하니 집 인근에는 가격이 내린 주유소가 없었다”며 “기름값 오르는 것은 모든 주유소가 일제히 올리더니, 막상 가격을 내릴 때는 1~2주가량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류세 인하 시기가 끝나면 가격 인상은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류세 인상 등 기름값이 전반적으로 오를 때는 이를 즉각 반영하는 관행 때문이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대부분 주유소는 소비자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 부산 주유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영세한 자영업자가 많다 보니, 가격이 내릴 때보다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이를 빠르게 반영하는 측면이 있긴 하다”고 귀띔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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