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빌드업’ 시작한 부산 바이오헬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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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라이프부 부장

부산 의료산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할 ‘빌드업 바이오헬스 부산포럼’이 출범했다. 부산시와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가 주축이 돼 부산지역 기업, 대학, 병원, 연구소 등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여 이달 3일 그 첫 모임을 가졌다.

포럼 목표는 한 마디로 “바이오헬스산업에서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를 중심으로 진작에 포럼 결성이 논의됐다. 올 4월부터 부산대·동아대·고신대·인제대 4개 대학병원을 대표하는 핵심 주체들과 논의가 시작됐고, 바이넥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메드파크 등 부산 대표 기업들이 호응하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여기에 부산시가 지난달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3대 전략, 14개 과제를 수립해 2조 4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밝히면서 포럼 출범의 가속도가 붙게 됐다.

사실 부산은 4개 대학병원과 116개 의료·바이오 분야 학과, 11개 치의학 관련 학과를 보유해 사실상 수도권 이남에선 기본 인프라가 가장 우수한 지역이다. 인구 10만 명당 의료기관 수도 351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4위에 달한다.

하지만 다른 경쟁도시들이 의료산업단지, 바이오 클러스터 등을 유치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인 것에 비해 부산은 한 걸음 뒤처진 게 현실이다. 실례로 가까운 대구만 해도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고, 인천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강원도 ‘원주 의료기기클러스터’ 등이 이미 조성돼 있다.

부산은 이런 의료산업단지 하나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현재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지만, 2025년 완공 예정이다. 더구나 부산엔 국책 의학 연구기관도 하나 없다. 대전, 충북 청주, 경북 경산에도 있는 국립 의학 연구원이 명색이 ‘대한민국 제2 도시’라는 부산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게 실상이다. 오죽하면 지난 9월 열린 부산 디지털치의학전시회(BDEX) 심포지엄 때 모 발표자가 부산시가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대선후보들에게 100대 공약으로 제안하라는 당부까지 했을까.

포럼 첫 모임에서 나온 의료인과 기업인들의 요구도 이런 것이 주를 이뤘다. 의료바이오 창업·실험공간 부족과 이로 인한 우수 인재 역외 유 등. A 교수는 20년 전 비슷했던 부산과 서울의 임상연구 인프라 수준이 지금은 엄청나게 벌어졌다며, 부산이 배출한 의료인력 10명 중 9명은 수도권으로 간다고 뼈아픈 현실을 꼬집었다. 벤처기업 B 대표는 이렇게 유출된 인력을 다시 역으로 서울에서 영입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마친 회의를 통해 바이오헬스 포럼의 필요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기업·대학·병원·연구소 간 기술·인력·아이디어를 연계하고, 이를 시의 정책·지원으로 현실화시키는 역할을 포럼이 해야 할 것이다.

‘빌드업(Build-up)’은 사전적으론 병력 따위의 증강·강화, 압력의 증가·고조 등을 의미하는데, 최근엔 축구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다.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고 공격을 전개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을 뜻한다. 다소 늦었지만 부산 바이오헬스산업의 ‘빌드업’이 이제 시작됐다. ky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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