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기지개 켜는 거제, 부동산 시장도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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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다. 주력산업인 조선업 침체로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데, 아파트와 토지 거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장기호황) 진입 기대감과 남부내륙철도, 가덕신공항 건설 수혜 등 잇따른 호재에 외지인 원정 투자가 몰려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역에 주소를 둔 내국인 수는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10월 말 24만 1879명으로 전달 보다 224명 줄었다. 1월 기준으로 3864명 감소다. 주목할 점은 세대수다. 인구보다 낙폭이 크지 않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61세대밖에 줄지 않았다. 특히 8월 이후엔 인구는 주는데, 세대수는 늘어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덕분에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9월 거제지역 아파트 매매량은 1389건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두드러졌던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700% 증가했다.

9월 아파트 거래량 1389건
1년 전 비해 무려 7배 증가
미분양 줄고 가격도 오름세
거래 아파트 50% 외지인 매수
2~3년 뒤 조선업 업황 개선
KTX 신설 등도 호재 작용


아파트 값 상승률도 3.92%로 뛰었다. 이는 2014년 4월 1.13% 상승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토지 거래도 활발하다. 7월까지 순수 토지 매매량은 1만 1930필지로 2019년 한 해 거래량 8692필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7월 10개 단지 1449세대에 달했던 미분양 물량은 석 달여 만에 9개 단지 832세대가 됐다. 거제지역 미분양 세대가 세 자릿수로 내려간 것은 2017년 2월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후 처음이다. 미분양관리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매월 미분양 주택이 500세대 이상인 시·군·구를 대상으로 미분양 증가,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필요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할 때 선정한다. 한때 ‘불패 신화’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호황을 누렸던 거제 아파트 분양 시장은 조선업 불황과 함께 긴 빙하기를 맞았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미분양관리지역이 바로 거제다.

그런데 올해 분양한 대단위 단지가 줄줄이 ‘완판’되며 부활을 예고했다. 5월 고현동 거제유로스카이 1113세대, 7월 상동 거제더?? 디클리브1288세대가 모두 팔렸다. 지난달 분양한 옥포 반도유보라 292세대도 일찌감치 청약을 마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외지인 투자 수요를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거제지역 아파트 매입자 중 외지인 비율은 작년부터 크게 늘었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인 2014년 19%에 불과했던 외지인 비율은 작년 44%로 껑충 뛰었고, 올해 50%를 넘었다. 거래되는 아파트 2채 중 1채를 외지인이 사들이는 셈이다.

조선업 침체 이후 시세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 최근 수주 증가로 반등 기회가 생기면서 투가 가치가 높아진 덕분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실입주는 2~3년 뒤라 곧 도래할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거제를 둘러싼 각종 호재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부경남KTX, 가덕신공항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기대 심리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정부 규제 강화에 대한 풍선효과로 거제처럼 저평가된 비규제 중소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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