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을 찾습니다” 부산행 러시 ‘컨택센터’ 구인난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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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컨택센터 ‘부산행’이 이어지면서, 컨택센터들이 상담 직원을 못 구해 애를 먹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른바 ‘콜센터(컨택센터의 옛 명칭)’ 채널을 통한 비대면 업무가 많아지면서 상담원 수요는 급증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실제 최근 부산으로 이전한 대규모 컨택센터들의 경우 코로나 감염 위험 분산 차원도 있지만 서울에서 더 이상 상담원 채용이 되지 않아 옮기는 이유도 크다.

비대면 업무 증가 힘입어
상담원 수요 크게 늘어
홈앤쇼핑, 절반 못 채워
‘대기업급’ 센터로 이탈
소규모 업체는 ‘공석’ 가속
부산, 1만 2300석 운영 중

지난 5일 부산 연제구에서 문을 연(주)홈앤쇼핑 컨택센터의 경우 부산시와의 협약에 따라 300여 명을 채용키로 하고 210석을 마련했지만 예상 채용 인원의 절반 정도만 채용한 상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16일 홈앤쇼핑 관계자는 “상담원 채용이 잘 되지 않아 당초 계획보다는 충원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계속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과거보다는 채용 직원의 연령대가 높아져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부산시와의 협약으로 이달까지 부산에 500석 규모 컨택센터를 신설키로 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또한 300여 명만 채용한 상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향후 사업 확대 상황을 고려해 추가 채용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처우가 좋은 ‘대기업급’의, 역세권에 위치한 데다 근무환경까지 좋은 상담원 일자리가 부산에 많아지면서 기존 소규모 기업들에 있던 고객 상담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급 컨택센터도 사람을 다 못 채웠을 정도니, 지역 소규모 업체의 경우 상황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부산의 유통 플랫폼 업체인 A사 대표는 “최근 상담 직원들을 뽑아야 해 채용 공고를 냈는데 사람이 안 와 직원을 뽑을 수가 없었다”면서 “부산에 대기업 컨택센터들이 많아지면서 직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임금도 더 올려주고 있는데 그렇게 해도 채용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미 상담직으로 갈 만한 사람은 어딘가로 다 가 있어 더 뽑히지가 않는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상담직이 감정노동과 스트레스 등으로 질 낮은 일자리로 분류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챗봇’ 등장과 대화내용 녹음 등 보호책으로 근무 여건이 개선되고 임금도 올라가면서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를 원하는 여성들의 선호 일자리가 돼 가고 있다. 물론 업종에 따라 온도차는 있다. 보험회사나 카드사의 경우 약관이나 정관을 다 외워야 해 일이 힘들 수도 있지만, 배달의민족이나 홈쇼핑 같은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게다가 이달 홈앤쇼핑, 우아한형제들에 이어 연내에 1000석 규모 대기업 컨택센터의 부산 이전도 논의되고 있어 부산에서의 상담원 ‘품귀’ 현상과 임금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힐링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상담직들의 근무 여건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고, 부산시민의 한 사람인 상담 직원 입장에서도 급여가 올라가니 좋은 일이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부산 기존 기업들이 구인이 힘들어졌다면 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 경우 대도시로서 우수한 생활 인프라와 인력풀, 편리한 교통, 저렴한 임대료에 더해 부산시의 재정 지원까지 이뤄지면서 대규모 컨택센터들의 선호 도시 1순위가 되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에는 113개 사, 1만 2327석 규모의 컨택센터가 있다. 지난 3년간 유치 실적만 해도 10개 사 2171석 규모에 이른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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