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어장, 해상풍력에 뺏길 수 없어” 정부 상대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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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경남 남해안 어민들이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황금어장(부산일보 7월 1일 자 11면 등 보도)을 지키려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어민이 배제되는 현행 허가 절차의 허점을 짚어 기존 사업권을 무효화시키면서, 무분별한 허가 남발 관행에도 제동을 건다는 전략이다. 제도의 모순을 문제 삼은 첫 소송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멸치권현망해상풍력발전대책위원회는 17일 ‘현대건설 욕지좌사리도 해상풍력 발전허가’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원고는 조봉욱 외 4명, 피고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다.

욕지도 동·서·남쪽 3건 반발
멸치권현망해상풍력발전대책위
산업부 장관 상대 허가 취소 소송
결과 따라 적잖은 후폭풍 예고

대책위에 따르면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서 현재 3건의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총 계획 면적만 150㎢, 서울 여의도의 50배가 넘는 규모다. 욕지도 인근은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으로 남해안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주요 어장이다. 그런데 2019년 ‘VENA ENERGY’가 욕지도 서쪽 해상(구돌서 일원)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 6월 현대건설(주)이 동쪽 해상(좌사리도 일원)에 허가를 득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주)도 최근 남쪽 해상(갈도 일원)에 풍황계측기 설치해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대책위는 허술한 허가 요건과 산자부의 형식적인 심사가 무분별한 해상풍력사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어업활동 등 해역이용현황과 해양환경을 종합 고려해 정부가 입지를 발굴하면 어업인과 협의를 거친 후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정한다. 반면 국내에선 민간사업자가 입지를 발굴부터 전 과정을 주도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히 인허가 여부만을 결정한다. 사업자가 바람이나 전력망 연계만 고려해 사업예정지를 정하고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하면 산업부는 형식적인 요건만 심사한 뒤 허가를 내준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해상풍력 사업임에도 풍황계측지점에 대한 제한이 없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바다가 아닌 욕지좌사리도 남쪽 끝단 등대섬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했다. 이를 이용해 허가에 필요한 풍황값을 얻는 꼼수를 부렸다. 게다가 좌사리도가 욕지도에서 8km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지 주민에게만 사업혜택을 설명하며 동의서를 받아 신청서 첨부했다. 산업부는 이를 허가 요건 중 하나인 ‘주민수용성’ 근거로 인정했다. 이 때문에 정작 어민들은 사업 추진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대책위는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한 어민을 배제하곤 반대가 전혀 없는 것처럼 포장한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관련 내용을 인지한 어민들이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이며 반대 목소를 높였지만 산업부는 이마저도 외면한 채 허가 요건을 갖췄다며 발전허가를 승인했다. 대책위가 이번 소송에서 제기한 절차상 하자가 바로 이 부분이다. 주민수용성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어민 동의나 의견이 빠진 만큼 이를 근거로 한 허가도 무효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어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됐는데 주민수용성을 충족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면서 “산업부는 지금이라도 제도 허점과 절차 하자를 인정해 허가를 취소하고 어업인과 상생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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