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41) 이우환 공간’의 조각들, 대화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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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개관한 ‘이우환 공간’은 일본 나오시마에 이어 이우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두 번째 공간이다. 건축의 기본 스케치가 이우환 작가 본인의 아이디어와 구상으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형식이 특징이다.

단순한 직사각형의 형태에 정면의 전체가 검은 유리로 처리되어 있어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작가의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타자와의 만남은 서로 부딪히지 않고 공존을 이어가는 방식에 맞게 주위 환경의 수용이라는 의도를 알 수 있다.

이우환 공간은 정원에 놓인 네 점의 입체작품을 감싸 안고 있다. 정원에 설치된 작품들은 이우환 작가의 작품 관계항 시리즈 중에서도 형태와 형식이 유연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관계항-안과 밖’ ‘관계항-길모퉁이’는 철판을 곡선형으로 굽혀 세우는 방법을 이용해 곡선의 유연함을 돌과 융화시키고 있다.

‘회의’는 네 개의 돌이 눕혀진 철판의 모퉁이를 감싸고 있어, 멀리서는 자연스럽게 돌만 보이는 구조다. 작가는 관계항에서 타자와의 만남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철과 돌의 물성의 만남’을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예술가인 자신의 과제를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창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물질들을 중재하는 것에 중요성을 두고, 자신이 선택하거나 발견한 사물을 조종하는 상호작용을 이어나가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이나 물체가 보이는 대로가 아닌, 어떤 계기로 인한 형식이나 관계의 변화에 따라 경험과 인식이 상호작용한다는 개념을 중요시한다.

또한 관계항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 돌의 중력이나 위치, 그리고 다른 돌과의 거리감 등에 착안하여 이들의 상태성을 강조하는 관계항을 완성한다. 작가의 관심은 이미지나 물체의 존재성보다 만남의 관계에서 오는 현상학적인 지각 세계에 있고, 일어나는 어떤 현상을 캐 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과 건축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우환 공간의 조각 정원은 입체작품을 통해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상상할 수 있는 대화의 정원이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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