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빈 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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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새해 시작을 알리는 전령을 꼽으라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의 신년 음악회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자국인 오스트리아는 물론 전 세계 40여 개국에 걸쳐 생중계된다는 신년 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흥겨운 왈츠와 폴카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새해의 활기찬 기분을 즐기기에는 전혀 어렵지 않다.

특히 음악회의 단골 마지막 곡인 라데츠키(Radetzky) 행진곡은 특유의 경쾌하고 힘찬 느낌 때문에 세계 각국의 여러 행사에 축하곡으로 많이 연주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5월 30일 한일월드컵 전야제에서 소프라노 조수미가 이 행진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빈필은 이처럼 세계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브랜드로, 클래식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Vienna)의 상징물과 같은 존재이다. 빈필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1842년에 창단돼 180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풍겨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와 흠잡을 데 없는 탄탄한 실력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필은 오케스트라 운영도 단원 중심의 자립적인 방식을 채택해, 다른 오케스트라처럼 상임 지휘자도 두지 않는다.

빈필은 이와 같은 독특한 운영과 연주 실력, 오랜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져 세계 최고의 클래식 아이콘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클래식 팬이라면 평생에 한 번은 빈필의 연주를 직접 듣고 싶어 한다.

이런 빈필이 17일 부산을 찾았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 거장인 리카르도 무티(80)가 이끄는 빈필은 이날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2시간 동안 부산 팬들에게 특유의 우아한 음악을 선사했다. 빈필의 이번 내한 공연은 2022년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을 겸한 아시아 투어로 이뤄졌다고 한다. 애초 한·중·일 3개국 공연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방역으로 중국 공연은 이뤄지지 못했다. 단원을 포함한 120명은 이달 3일 전세기로 일본에 도착해 총 7회 공연을 마쳤고, 이어 우리나라 서울과 대전, 부산에서 모두 4차례 공연을 했다.

빈필의 투어는 클래식 외에도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시대의 문화 교류 부활을 알리는 의미도 적지 않다. 유료 공연으론 국내 처음 백신 패스가 적용됐다고 하니, 앞으로 다른 공연계의 활발한 움직임도 기대해 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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