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인in人] “람보총 M60D 능가하는 국산 헬기 탑재 K12 기관총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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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선 SNT모티브 전무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제 별명이 ‘카피맨’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국제 방위산업박람회에 가면 미국이나 유럽업체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기들 부스에는 오지 말라며 ‘헤이 카피맨, 노 카탈로그!’라고 너스레를 떨었죠.” 대한민국이 K1 소총을 자체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자 경계심을 잔뜩 키운 것이죠. 나중에 그들이 우리가 개발한 K12의 기능 일부를 사실상 카피했는데, 이번엔 제가 ‘유 카피맨?’이라고 놀렸습니다.”

국산 총기 개발 위해 국제 박람회 순회
군 수요처 신형 요청에 새로운 도전
정당 5만 발 사격시험 통과 기록 경신
미군 사용 머신건에도 적용 큰 자부심

머신건으로 통칭하는 K12 기관총 개발 주역인 박문선 SNT모티브 전무가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며 국산 총기 개발 초창기 국제 박람회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박 전무는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SNT모티브에 입사해 지금까지 방위산업 부문에서 36년을 근무했다. 명실상부 최초의 국산 총기 K1, K2의 양산 과정을 체험했고, 이어 K3, K12 머신건 개발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머신건 중에서도 K3와 달리 K12는 7.62mm 탄환을 사용합니다. 흔히 일반 소총은 5.56mm 탄환을 쓰는데, 탄약이 커진 이유는 긴 사거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 전무는 K12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장착용으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수리온에 탑재할 머신건이 애초에는 K12가 아니었다고 박 전무가 알려주었다.

“군 수요처에서 벨기에제 M240 머신건을 원했다고 합니다. 원래 수리온은 M60D(일명 람보총)을 장착하기로 설계돼 있었습니다. M60은 당시 SNT모티브가 라이선스 제조 중이었는데 군이 개발한 지 60년이나 된 M60은 쓰기 싫다며 신형인 M240을 요청했답니다.” 계획대로라면 SNT모티브에서 생산한 M60을 납품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일이 꼬여 버린 것이다.

박 전무가 소속된 팀에서 비상이 걸렸다. 박 전무는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에 문의했다. 방위사업청도 난감해하면서 하나의 규정을 일러주었다. ‘총기는 국산 제품이 있으면 최우선으로 국산을 쓴다’는 규정이었다. 비록 라이선스는 미국이지만, 국내서 자체 생산하는 M60을 제쳐두고, 새로운 수입총을 쓰겠다는 군의 요구에 방위사업청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K2를 만들고 이어 1989년 경기관총 K3를 만들고 있었기에 우리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7.62mm 탄환을 사용하는 M240 같은 기관총을 새로 만들기로 했죠. 우선 도면을 그렸습니다. 기술력은 충분히 있었기에 도면만 완벽하면 제작은 얼마든지 가능했죠.” 박 전무는 ‘우리도 머신건이 있다’며 도면을 들이밀었고, 마침내 발주처의 허락을 받았다. 마치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울산 미포만 백사장 사진으로 조선소 건설 자금을 빌린 것처럼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강력한 국산화 의지와 SNT모티브 개발팀의 도전정신이 빚어낸 결과가 K12 머신건이었다. 2010년 정당 5만 발의 사격 시험을 통과한 국산 머신건 K12는 당당히 수리온에 탑재됐다. “당시 기관총의 사격 시험은 2만 5000발 기준이었습니다. K12는 그 배인 5만 발 사격 시험을 거뜬히 통과했죠. 이후 머신건의 개발 시험은 정당 5만 발로 수정됐습니다.”

박 전무는 K12는 보병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용 머신건이었기에 멜빵 균류시험도 마칠 정도로 엄격했다고 말했다. “보통 머신건은 연발로 쏘기에 링크 탄통만 사용합니다. K12는 탄창도 병행 사용하도록 설계했죠. 이 부분은 나중에 미군이 사용하는 머신건에도 적용됐습니다. 우리 기능을 카피한 것으로 봅니다.” 박 전무가 자부심을 보였다.

“K12는 지상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어 트리거를 탈거하면 견착 개머리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K12의 후속 버전인 머신건 K16 삼형제(기본형, 승무원형, 공축형)가 거의 완성 단계입니다.” 경북 안동에서 유학 와서 부산진고를 졸업하고, 부산대 기계공학 석사, 연세대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마친 엘리트 공학박사와 그 팀원이 국산 머신건을 완성하는 큰일을 해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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