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중요성 인식 커지는데 ‘거꾸로 가는’ 부산 문화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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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현대역사관’ 축소 위기

부산시가 운영 조례까지 만들어 부산시립박물관에서 분리된 별도의 시 사업소(4급 상당) 규모로 부산근현대역사관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계획과 달리 조직이 대폭 축소될 처지에 놓였다. 왜냐하면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 규모를 부산시립박물관 분관 규모(5급 팀장)로 가닥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오페라 하우스, 부산국제아트센터 등 신규 사업소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 증가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직 관리 통폐합 때 흔히 이루어져 왔던 힘없는 외부 문화기관 제외 혹은 소외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 관리 통폐합 때 이뤄졌던
힘없는 문화기관 제외 연장선”
분관 땐 창의적 운영 어려워
타 시·도는 근현대사 적극 육성
시대적 트렌드 따라잡지 못해
내년 하반기 개관 앞두고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야 할 때

시는 올해 7월 부산시립박물관과 별도로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또 한 달 전 부산연구원 오재환 선임연구위원이 시에 제출한 보고서(‘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 방안’)에도 박물관 체계를 1관은 부산시립박물관과 그 산하(복천, 정관 박물관), 2관은 근현대역사관과 그 산하(임시수도기념관, 시민공원역사관), 이렇게 2관 운영 체제로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17년 부산연구원의 ‘부산 근현대역사박물관(가칭) 조성기본계획’에도 근현대역사박물관의 조직 형태를 고대·중세 중심의 부산박물관과 분리된 근현대 중심의 별도 사업소로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검토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시에서는 오페라 하우스, 부산국제아트센터 등 신규 사업소 조직이 늘어나는 것을 이유로 부산근현대역사관 규모를 시립박물관 분관 형태로 가져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의 움직임은 전형적인 ‘거꾸로 가는 부산시 문화정책’이라는 지적이 높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문창무 의원은 “시립박물관 운영 조례는 그 산하 사업소들이 운영 조례를 따르는 것이고, 별도 운영 조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박물관 산하 기관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별도 운영 조례까지 만들어 놓고, 이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시의회를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을 별도 시 사업소 규모로 가져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의 미래자산인 근현대 문화콘텐츠를 창의적으로 개발·활용할 기관이며, 고고학 위주의 박물관 운영에서 벗어난 근현대사 중심의 열린 역사관이라는 의미가 크다. 또한 피란 수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현장 컨트롤타워이자 향후 항구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부산의 장소성을 다듬어 나갈 핵심 기관이기에 사업소 규모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립박물관 분관으로서는 부산의 근현대 관련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역사문화 프로그램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시립박물관 분관이 되면, 분관 과다로 인해 관리 운영의 전문성·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근현대사 중심의 인천시립박물관처럼, 최근 타 시·도들이 근현대사를 육성하고 관광 자원화하는 마당에 부산은 시대적 트렌드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근현대사(역사, 인류, 민속) 전문 인력을 갖춘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데,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직 45명 중 근현대사 인력은 고작 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천만 해도 박물관 학예연구직 23명 중 5명이 근현대사 관련 인력이다.

여기서 나아가 시가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 규모를 축소할 게 아니라 내년 하반기 개관 예정인 역사관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오히려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부산 근현대 역사 학술조사나 민속조사보고서, 학술연구총서를 발간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향후엔 부산근현대역사관을 통해 전시 등의 형태로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펼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퇴계학부산연구원 강대민(경성대 명예교수·사학과) 원장은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직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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