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풀이는 안전하게 집에서”… 수능 특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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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입시 일정 때문에 수능 뒤풀이는 미뤘어요. 행여 코로나19가 확진되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맞는 첫 주말인 20일 오후 1시께 부산 서면. 예년 같으면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수험생들로 시끌벅적했겠지만, 올해는 거리를 오가는 수험생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미용실, 휴대폰 매장, 식당 등의 가게에는 수험생 할인을 알리는 종이가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수험생은 많지 않았다.

주말 서면·경성대 번화가 한산
코로나19 확산세로 외출 자제
식당·PC방·노래방 업주들 울상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오전에 한두 명 정도 다녀갔다”며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서 사람이 좀 몰릴까 했는데 수험생 손님은 적은 편이다”고 전했다. 수험표 할인 50%를 제공하는 한 미용실도 “사실 올해도 지난해와 사정은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 할인을 진행하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예정대로 진행했다”며 “역시나 찾아오는 수험생 손님은 매우 적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남구 경성대 인근 PC방이나 코인노래방 등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인근 한 PC방 점주는 “이곳에서 5년 정도 PC방을 운영했는데, 보통 수능 끝난 날은 학생들이 몰려와 새벽까지 게임을 하고 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확실이 적은 느낌이다”고 전했다. 이날 코인노래방을 이용한 한 수험생은 “수능 전부터 친구들이랑 ‘이런 거 하자’는 계획을 세울 생각 자체를 안 했다”며 “친구들끼리 몰려다니기는 부담스러워서 혼자서 2곡 정도만 부르고 나오는 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달리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되고 수능 한파도 없이 포근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은 일찍 집에 들어가서 쉬는 쪽을 택했다. 확진자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지난 17일에는 100명을 돌파한 바 있다.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70~90명대를 오르내리면서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수능이 끝난 후 대부분의 수험생은 가족과 소규모로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수능 이후 논술이나 실기 일정이 남은 학생들은 혹시나 하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특히 외출을 자제했다.

이번에 수능을 치른 김 모(18·부산진구) 군은 “사실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고 싶기도 한데, 말을 꺼내기도 부담스럽고 부모님도 외출을 삼가라고 하셔서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남은 기간 실기 연습에 매진할 생각이고, 수능이 끝난 날은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가족들과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외에도 올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수험생들이 해방감을 만끽하기 어렵게 된 원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입시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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