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효능 높고 부작용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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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표적치료제 국산 3세대 약품은 효능이 높고, 부작용이 적어 암환자도 무리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엄중섭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폐암은 남녀 통틀어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병이다. 2019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36.2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1시간당 2명씩 나온 것이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것은 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3세대 표적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어 환자의 생존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폐암 인식의 달’인 11월, 폐암의 약물치료 성과와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폐암,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병
특이 증상 없어 조기 발견 어려워
EGFR 변이 검사로 양성 확인 땐
표적항암치료제 사용해 치료 가능


■특별한 증상 없는 폐암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엄중섭 교수는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발견되는 것은 특별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며 “폐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보통 3·4기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다른 암에 비해 조기 발견률이 낮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에서는 2년 전부터 폐암 국가검진사업을 시작해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방사선 노출량이 일반 CT의 10분의 1 수준인 저선량 CT를 이용해 50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검사한다. 고위험군은 흡연력 30갑년(하루에 한갑을 1년간 피우면 1갑년) 이상인 사람으로, 비흡연자는 국가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10만 원 정도 비용으로 저선량 CT 촬영이 가능해 비흡연자도 한 번씩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위험군은 1만 원).

폐암이 1~2기 때 조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능하며, 완치 가능성도 높다. 병기가 3기 이상 진행되면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함께 시행한다. 수술이 어려울 경우엔 항암·방사선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유전자 변이 억제하는 표적치료제

폐암은 암세포 크기가 작은 소세포폐암과 좀 더 큰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비흡연자 폐암은 거의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된 암조직에선 유전자 변이가 많이 나타난다. 그 중 EGFR(표피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중 40%가량 차지할 만큼 가장 흔한 변이암이다. 특히 EGFR 변이는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의 발생 비율이 높은 편이다.

엄중섭 교수는 “진행성 비소세포암이 진단되면 바로 EGFR 유전자 변이 검사를 시행한다. 최근엔 혈액검사로도 가능한데, 정확도가 60~70% 정도 된다. 혈액검사로 변이 확인이 안 되면 조직검사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EGFR 변이 양성이 확인될 경우 EGFR 표적항암치료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에 존재하는 유전자 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고, 정상 세포에는 최소한의 영향만 주는 약물이다. 경구용 알약 형태로 간단히 복용하면 된다. EGFR 변이가 진단되면 1세대, 2세대 표적치료제를 먼저 복용한다.

엄 교수는 “1·2세대 표적치료제로 장기간 치료받게 되면 약물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T790M 돌연변이 내성이란 건데, 이 T790M 내성에 적용하는 약물이 3세대 표적치료제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 우수한 효능

3세대 표적치료제엔 두 종류가 있다. 해외에서 개발해 수입되는 ‘타그리소’와 국산 신약인 ‘렉라자’가 그것이다. 특히 렉라자는 올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후 지난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렉라자는 뇌혈관장벽 투과도가 우수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서 우수한 효능과 내약성을 보였다. 심장독성과 피부독성이 낮아 부작용이 적은 장점도 있다.

엄 교수는 “타그리소는 도입된지 3~4년 되는데, 국산 신약인 렉라자가 출시되면서 이에 대한 사용이 늘고 있다. 렉라자는 표적인 내성 유전자 억제 효과가 뛰어나 환자들 상태도 좋아지고 있다”며 “내성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며 힘들어 하던 한 80대 환자는 렉라자 복용 후 활력이 생기고 일상생활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렉라자를 먹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처럼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엄 교수는 2세대 약물은 독성이 강해 설사나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꽤 있었는데, 렉라자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있어도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란 점도 높이 평가했다.

올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렉라자는 이미 전국 50여 개 병원에서 처방하며, 적용 범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국산 신약 수준이 발전한 건 분명하지만,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질병 예방이다. 엄 교수는 “비흡연자가 주로 걸리는 비소세포폐암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간접흡연·대기오염 등 환경적 요인이 큰 것으로 본다. 특히 주방에서 조리할 때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가동해 자주 환기하며 밀폐된 실내환경을 개선할 것”을 적극 주문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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