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의료인도 의료법인·병원 설립 자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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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5개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지급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법인 이사장과 의료법인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종훈)는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 사문서 위조죄로 기소된 A의료법인 이사장과 B의료재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22일 밝혔다.

5개 요양병원 운영한 법인·이사장
부산고법, 2심에서도 무죄 선고

그동안 전국의 병의원에서 사무장 병원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왔고, 특히 요양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이사장을 맡는 경우가 많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사무장병원의 해석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검찰에서 문제를 삼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법인의 임원 자격을 의료인으로 한정하거나 의료법인의 임원 중 반드시 의료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한 규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면서 비의료인 임원이 의료인에 비해 그 권한 행사에 제약이 있거나 관리와 운영을 주도할 수 없다는 근거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판결문에서는 “현행 의료법은 비의료인만 임원으로 선출된 의료법인, 비의료인 임원의 주도로 중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의료법인에 의해 의료기관이 개설 운영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의료법인 설립허가와 개설허가를 받아 목적범위 내에서 의료업을 시행해 왔다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운영을 주도하더라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사무장 병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비의료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하였는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직접 관여했는지 △비의료인이 투자에 대한 대가로 수익을 배분받았는지 △비의료인이 병원시설 인력 자금집행을 주도함으로써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는지 △자신의 사적이익을 위해 의료기관을 운영했는지 △관할관청의 지도감독을 거부하거나 회피했는지 △의료기관 자본이 부실했는지 등의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무장 병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사정을 종합해 의료법인이 외형상으로는 법인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의료법인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해당 의료법인이 실제로는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한 정도에 이르러야만 의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병원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개별적인 위법행위는 시정명령이나 형사처벌을 통해 책임을 묻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전에는 병원 운영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그것을 문제삼아 사무장병원으로 몰아가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개별적인 위법행위를 빌미로 개설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에 의해 의료기관이 개설됐다고 평가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사건을 변론한 구남수 변호사는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의료법인 형태를 빌려 개인사업을 운영하였다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또 비의료인도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무장병윈을 판별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다"고 평가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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