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표로 끝난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 2차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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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가 결국 ‘지방 소멸의 방조자’가 되기로 한 모양이다.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지역이 그토록 바랬던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의 희망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김부겸 국무총리가 차례로 짓밟아버렸다. 김 총리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이전에 관해 “다음 정부가 오면 딱 넘겨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포기 선언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국민과의 토론회에서 “공공기관 이전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새빨간 거짓말까지 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하루 교대로 지방에 사는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한다.

김 총리, 지방 이전 사실상 포기 선언
수년간 희망 고문·우롱… 국민 통탄

현 정부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관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지방의 국민을 우습게 알고 희망 고문 했다. 수차례 나온 얘기지만, 공공기관 2차 이전은 2018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122개’라는 기관 숫자까지 제시하며 시작됐다. 이후 당·정은 곧 기관 분류 초안을 만들어 협의할 것처럼 부산을 떨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지방의 빗발치는 아우성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까지 나서 정부의 안일함을 비판하자 겨우 움직이는 시늉만 보였다. 그게 지난 9월 김 총리가 지역언론 간담회에서 추가 이전 대상으로 수도권 기관 150곳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일이다. 그러나 이는 궁지 탈출용 속임수였음이 금방 드러났다.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문 대통령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강력한 국가균형발전을 천명했지만, 지금껏 실질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큰 족적을 남긴 것과는 너무 딴판이다. 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이전 청사진을 제시하며 분발을 촉구해도,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방 소멸을 알려 주는 연구 자료 등 비상벨이 곳곳에서 울렸지만, 하루가 급하다는 공공기관 이전에 관한 대통령의 구체적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다가 임기 말에야 한다는 말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지방이 어찌 통탄하지 않겠나.

소멸 중인 지방으로선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줄과 같다. 지방 곳곳이 공공기관 하나라도 유치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눈물 겨울 정도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 현 정부가 실컷 지방의 기대감을 이용만 하다가 막판에 이를 내팽개친 게 그래서 더욱 분통 터진다. 김 총리가 남은 기간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어 차기 정부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차기 정부가 어떻게 다룰지는 알 수 없다. 어떻든 공공기관 2차 이전 무산의 모든 책임과 비판은 현 정부의 몫이다. 수년 동안 지방의 울부짖는 균형발전 요구를 외면한 결과가 국가의 활력 감소로 나타난다면 국민은 모두 현 정부에 이 책임을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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