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해운 미래를 선도할 해양진흥공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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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림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3면이 바다여서 수출입 물량 99%가 해상운송으로 처리되는 우리나라에서 해운 산업은 핵심적인 기간산업이다. 해운 산업이 위태로워지면 원가 상승으로 모든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리는 2016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경험했다.

우리 해운 산업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안정적인 거대 자본일 것이다. 해운과 밀접한 조선·항만 산업을 고려할 때, 글로벌 재도약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본이 필요하다. 이 막중한 역할을 맡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018년 출범했다.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 정상화와 함께 중소해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박금융 활성화, 조선·조선기자재와 같은 연관 산업에 간접 지원을 통한 고용 증대와 성장기반 확립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했다. 단순 금융 지원을 넘어 해운 산업과 연관 산업이 동반성장하도록 제때, 제대로 지원하는 것은 K-해운 재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해양진흥공사는 3년 만에 괄목할 성과를 냈다. 10년 누적 적자 4조 7000억 원에 허덕이던 HMM은 2020년 기준 영업이익 2조 원, 올해 연간 5조 원 이상의 영업 흑자를 예상한다. 선사, 금융기관, 조선기자재 업계 등이 참여하는 상생펀드와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 설비 장착을 지원했고, 공사가 발급한 국적선사의 선박금융 채무보증이 시중은행의 적격 담보 인정을 받아 선박금융 활성화 기반을 조성했다. 선박과 친환경 설비를 국내 업체 위주로 발주하게 해 조선·기자재 산업과의 상생도 도모했다.

특히 해양진흥공사는 공적 자금 지원을 넘어 HMM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경영진 교체, 디얼라이언스 해운동맹 정회원 가입, 20척 메가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한 금융 조달, 헐값에 팔았던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지분 재인수, 싱가포르 터미널 지분 투자, 컨테이너 20만 대 리스 제공 등을 함께하며 경영정상화와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짧은 기간 내 치열한 고민과 열정으로 이런 성과를 낸 임직원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최근 컨테이너선 운임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업계에선 2023~2031년 연평균 발주량을 2020년의 2배로 예상하며 조선 시장 호황 장기화도 전망하고 있다. 해운·조선 산업 활성화와 함께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 해운 산업은 더 활성화될 것이다. 이런 세계 해운 시장 환경 속에 K-해운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려면 친환경에 대한 신속한 투자가 필요하다. 친환경, 탄소 중립이 강화되면서 친환경 장비 탑재와 선박 교체를 중심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세스 혁신과 신기술이 개발·적용될 것이다. 선진국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 재빨리 실천해야 한다.

국적 선사 체질도 고효율 저비용으로 개선해야 한다. 변동하는 선가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 제공, 경쟁력 있는 선박 금융 지원을 통해 제때 선박 투자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국내 선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가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해상 운임, 해운 시황 등에 대한 해운 정보 수립과 분석 역량도 글로벌 초일류 선사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러한 경쟁력 있는 금융과 정보는 K-해운의 새로운 도약에 강력한 무기가 될 텐데, 해양진흥공사가 이 무기를 개발·보급해야 할 것이다. 세계 10위 HMM, 세계 시장의 2.6%, 2016년 선복량 대비 78% 수준, 이것이 2016년 이후 성장해 온 우리나라 해운 산업의 현주소다. 하지만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세계 속의 K-해운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2016년 해운 위기는 타산지석이 되어, 미래를 더 밝게 만들어 줄 것이다.

관련 정부 부처와 해양진흥공사는 세계 속에 성장하는 K-해운을 꿈꾸며 한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에 업계와 연구기관, 대학도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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