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문화’ 장려하고 있지만, 기증자 예우 제도적 장치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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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힐링의 밤’ 행사가 열린 23일 오후 부산 광안대교에 미디어 파사드로 부산의 대표 장기기증자 7명의 이름과 함께 ‘부산의 일곱 영웅 생명나눔으로 하늘의 별이 되다’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수만 명의 장기기증 대기자를 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장기기증 문화 확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는 턱없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장기기증 힐링의 밤’ 행사가 열렸다. 부산시와 한국장기기증협회가 장기기증자 가족을 초청해 고인의 뜻을 기리는 행사였다. 또 23~24일 이틀간 광안대교 외벽에 부산의 대표 장기기증자 7명의 이름과 함께 ‘부산의 일곱 영웅 생명나눔으로 하늘의 별이 되다’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그러나 이처럼 장기기증자를 기억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일은 특별한 경우다. ‘힐링의 밤’ 역시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였다.

장기기증 ‘힐링의 밤’ 첫 개최
광안대교에 기증자 이름 표시
“의사상자 준하는 예우 꼭 필요”

국내에선 장기기증자를 예우하고, 기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이 주축이 돼 서로 위로하고 추모하는 소규모 행사만이 열리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장기기증 소식은 일회성으로 끝나고, 금세 잊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부산시가 선정한 7명의 대표 장기기증자들마저 일반 시민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1992년 부산 최초 뇌사기증자이자 5명에게 생명을 나눠준 정운달(사망 당시 39세) 씨 △2007년 9명을 살린 윤창현(27세) 씨 △2011년 5명에게 생명을 나눠 준 정철수(45) 씨 △2016년 6명을 살린 정안라(33) 씨 △2020년 4명에게 신장 등을 나눠준 황해국(63) 씨 △2020년 시각장애인과 만성신부전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김상만(60) 씨 △2020년 9명을 살리고 조직까지 나눠 준 김채연(22) 씨. 모두 여러 생명을 구한 의인들이지만,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 부족은 장기기증 문화 확산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장기기증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선 매년 5000~6000명 정도의 뇌사자가 발생하지만, 실제 장기 기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400~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478명이었다. 반면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4만 2000여 명이며, 이들 중 매일 7~8명이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숨지고 있다.

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은 “기증자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겠지만, 이들에게 의사상자 예우에 준하는 최소한의 예우를 해야 하는 게 성숙한 사회일 것”이라며 “장기기증자를 기억하고 유족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때 생명나눔이 확산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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