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정신 뺏긴 부산 여야, 속도 못 내는 지역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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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경부선 지하화, 가덕신공항 추진, 북항재개발 등 부산의 주요 현안들이 최근 하나같이 당초 목표보다 추진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있다. 일부는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역 정치권의 분발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선으로 시선이 돌아간 여야 모두 관심도, 노력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보다 크게 퇴색했다.

엑스포 유치 특위 구성 ‘제자리’
경부선 지하화 아예 출구 못 찾아
민주, 지방 권력 상실 후 ‘뒷짐’
국힘, 구심점 없이 ‘무기력’ 일관
박형준 시정도 ‘여야 협치’ 삐걱

지방 권력을 빼앗긴 여권은 ‘남의 잔치’로 보는 분위기고, 다수를 점한 야권은 구심점 부재로 응집력을 보이지 못한다. 출범 7개월이 지난 박형준 시정 역시 여야를 묶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2030부산월드엑스포(이하 부산엑스포)다. 양당 모두 올해 초부터 “지역 사업에 여야 없다” “총력 지원” 등 목소리를 키웠지만, 추진 속도와 규모는 당초 공언한 데 비해 한참 모자라는 실정이다. 2023년 상반기로 예상됐던 국제박람회기구(BIE) 개최지 실사가 내년 하반기로 당겨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 변화가 생겼지만, 국회 논의에서 그런 분위기는 감지하기 어렵다.

7월 발의된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지원 촉구 결의안’은 4개월이 지난 23일에야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간신히 통과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 사안으로 “당론 채택” “신속 처리”를 공언했던 여야가 그만큼의 관심만 기울였다면 즉시 처리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국회 차원의 지원 논의를 주도할 엑스포 유치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유치 지원 특위는 부동산, 에너지 등 여야 원내 지도부의 논의 테이블에 오른 부동산, 에너지 등 5~6개 특위의 ‘종속 변수’로 거론되고 있고, 여기에 지역 여야는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올해 2월 발의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은 아직 소관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부산의 동서 단절 100년 역사를 바꿀 대역사로 꼽히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해당 사업은 올해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제외된 데 이어 8월 말 끝난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에서도 경제성(B/C)이 현저히 낮게 나와 출구를 못 찾고 있다.

부산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기본계획 용역비 30억 원 신규 반영을 요구해 놓았지만, 기획재정부는 “경제성이 안 나오는데 기본계획 용역비를 어떻게 배정할 수 있느냐”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총선과 올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경부선 지하화를 두 차례나 공약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장이 탄생한 뒤로는 뒷짐을 진 모습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애초에 불가능한데, 여당이 선거에 이용한 것 아니냐”며 여권 책임론에 매몰돼 있다.

전창훈·이은철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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