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면 봉쇄… 유럽 ‘혹독한 겨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4일 영국 런던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벽에 하트 문양을 그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유럽이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확산세를 막기 위해 각 국이 앞 다퉈 재봉쇄와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빠른 백신 접종 속도를 믿고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 체제로 속속 전환했다가 코로나의 세계적 진원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이미 지난 22일부터 전국적인 봉쇄에 돌입한 가운데 이웃나라 슬로바키아도 25일부터 2주간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의 외출을 금지하는 전면 봉쇄령을 내렸다. 54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슬로바키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24일(현지시간) 기준 1만 315명, 신규 사망자는 71명이다.

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전면 봉쇄령
이탈리아, 백신 미접종자 실내출입 제한
독일, 백신 접종 의무화·전면 봉쇄 검토
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 방역 강화 예고

이탈리아도 다음 달 6일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하는 새 방역 대책을 이날 발표하며 고삐 죄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백신을 맞지 않은 시민은 실내 음식점·주점은 물론 박물관·미술관·극장·영화관·헬스장 등의 문화·체육시설을 출입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방역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25일 발표되는 프랑스의 새로운 방역조치에는 부스터샷(추가 접종) 대상을 4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련의 방역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 측은 당분간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도 26일까지 새로운 방역 규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독일에서는 최근 부분 봉쇄 등 제한 조치 강화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백신 접종 의무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이웃 오스트리아처럼 전면 봉쇄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정부 역시 대중교통, 상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스웨덴은 부스터샷 대상을 모든 성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21일 보고된 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243만 명으로, 세계 신규 확진자의 67%에 달한다. 전 세계 코로나 신규 확진자 3명 중 2명은 유럽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수치는 한 주 전과 비교하면 11% 늘어난 것이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발생률 역시 유럽이 260.2명으로 가장 높았다.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자 WHO 일각에서는 유럽이 백신 접종 의무화를 논의하기 시작할 때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유럽은 백신 도입 초창기에는 접종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지만, 백신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퍼져있는 까닭에 현재는 백신 접종률마저 다른 지역에 비해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백신 의무화는 광범위한 시민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 코로나 재확산의 주범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위드 코로나’로 사회 활동이 급격히 늘어난 게 확산세에 불을 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