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탄생 100주년 김수영 시인 행적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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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김수영 / 홍기원

은 올해 탄생 100주년인 김수영(1921~1968) 시인의 행적 전반을 추적한 책이다. 그의 삶을 드러내는 장치로 64개 ‘장소’를 택해 삶의 빛과 그림자를 드러낸다.

선린상업학교 시절 김수영은 태양의 기상을 지닌 청년이었다. ‘장엄한 아침이었다/나는 언덕에 올라/융융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본다/보라!!/그 힘찬 모습을…/누구에게도 침범되지 않는 위용…/나는 견딜 수 없었다/그리고 소리쳤다/-아아 그것이다!/인생은 바로 그런 것이다!라고’. 모름지기 청년은 누구에게도 침범되지 않는 위용을 지녀야 한다는 거다.

김수영은 ‘억만 개의 모욕’을 견뎠다. 한국전쟁 중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며 인민재판을 받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서 돌아왔는데 그가 목도한 것은 아들마저 버리고 간 아내와 믿고 의지한 선배의 동거였다고 한다. 김수영은 이 모욕을 가족애와 문학으로 치유하고 거대한 뿌리의 시인이 되었다. 재결합한 아내에게는 평생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김수영이 시론 ‘시여, 침을 뱉어라’를 발표한 곳은 다름아닌 부산, 미화당백화점이었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김수영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하동 지주의 아들로 외제 차를 끌고 다니며 잘난 체하는 이병주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울림이 없는 작품을 쓰는 작가라며 이병주와 자꾸 다투었다고 한다. 그날 이병주에게 경멸의 주먹 감자를 한 대 날리고 돌아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거다. 40대 후반 김수영의 죽음을 요절로 느끼게 하는 것은 ‘탕진됨을 모르는 가능성과 안타까운 미완성의 시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홍기원 지음/삼인/400쪽/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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