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98. 제임스 빈센트 맥모로우 ‘Grapefruit 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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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빈센트 맥모로우(James Vincent McMorrow)는 더블린 출신의 아일랜드 음악가입니다. 2010년 그의 첫 데뷔 스튜디오 앨범 ‘얼리 인 더 모닝(Early In the Morning)’은 발매되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2011년 미국과 유럽 각 지역에서 발매가 되고, 심지어 영국 BBC 방송의 ‘줄스 홀랜드(Later... with Jools Holland)’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데뷔 앨범이 발매된 지 채 1년 만에 이렇게 성과를 거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임스 빈센트 맥모로우의 앨범과 음악 트랙을 들으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게 됩니다. 어떤 트랙을 재생하건 간에 차분히 감상할 겨를조차 주지 않으며 ‘음악이 너무 좋은데?’라는 생각이 듣는 이를 사로잡습니다.

‘단지 유행을 쫓아가고 자극적인 요소가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음악은 아닌가’ 의심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음악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지금 시대의 음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달콤하고 화려한 사탕처럼 자극적이지만, 그의 음악은 언제나 들어도 질리지 않게 흥겹고 또 듣는 이에게 깊은 감흥마저 선사합니다.

특히 2021년 발매된 ‘Grapefruit Season(그레이프프루트 시즌)’은 그의 이러한 재능이 절정을 맞은 듯 빛을 발하는 정규 앨범입니다. 앨범의 이름처럼 과일의 상큼하고 부드러운 즙을 입안에 한 가득 머금은 듯하지만 시큼한 신맛도 함께 느껴지지요. 그러나 신맛이 우리의 이마를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앨범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음악적 아이디어에 독특한 개성을 더하며 무척이나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감탄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시종일관 듣는 이를 강하게 자극하지만, 반면 무척 감성적입니다. 또 그것이 음악적 강요가 아닌 아티스트의 재능과 놀라운 테크닉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아주 강력한 흡입력’ 때문입니다. 어쩌면 앨범의 제목처럼 이 음악은 어느 계절에나 가장 잘 어울리는 올해의 앨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이제 한 달 남긴 11월의 마지막 주 저에게는 그 어느 음악보다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다가오는데요. 아름다웠던 올해 가을의 풍경이 그 모습을 접어가는 지금 우리의 말이 아닌 영어권의 가사가 귓가에 들려옴에도, 이 음반의 음악은 우리가 사는 도시와 동네 어느 곳의 풍경에도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만큼 제임스 빈센트 맥모로우의 음악은 다채롭고 화려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듣는 이를 함께하게 하는 ‘포용의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이 올해 연말 특히나 더 생각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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