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100일 전 웃은 후보가 결국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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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가 선거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한 14대 대선부터 지난 19대 대선까지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해보면 6번의 대선 중 5번은 ‘D-100일’을 전후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후보가 대선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시 1위 후보가 2위 후보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양강’ 후보가 박빙 대결을 벌이는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예상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4∼19대 대선 D-100일께 여론조사
16대 선거 때만 빼고 1위가 최종 승리
이번 대선 ‘초박빙’ 섣부른 예측 못 해

‘이회창 대세론’이 불었던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D-100을 전후로 이 후보의 이른바 ‘병풍(兵風·아들 병역 의혹)’ 의혹이 거세지면서 판세가 급격하게 요동쳤다. 이에 따라 D-92일 조사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29.9%로 선두로 나섰고, 이회창 후보는 국민신당 이인제(21.7%) 후보에 이어 18.3%의 지지로 3위로 내려앉았다. 결국 김대중 최종 득표율 40.3%를 기록, 막판 추격에 나선 이회창 후보(38.7%)를 따돌리고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2012년 18대 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이미 대선 1년여 전부터 여론조사 선두를 굳게 지키던 상황이었다. D-96일 자 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42%,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20%, 민주통합당 문재인 18% 순이었다. 선거일 한 달을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안 원장이 불출마 선언으로 문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박 후보의 과반(51.6%) 승리로 끝났다.

2017년 19대 대선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이라는 점에서 야권 후보의 우세가 일찌감치 점쳐졌다. 대선 약 100일 전인 2월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32%로 1위였고, 안희정 충남지사(10%),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9%),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8%)이 뒤를 이었다. 결국 문 후보가 최종 득표율 41.1%로 당선됐다.

이처럼 100일 전후 조사에서 1위 후보가 최종 승리하는 ‘법칙’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한 차례 깨졌다. 당시 D-101일자 조사에서 1위는 한나라당 이회창(30.2%) 후보였고, 이어 국민통합21 정몽준 27.3%,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20.4%, 민주노동당 권영길 2.9% 순이었다.

그러나 단일화했던 정 후보의 대선 전날 충격적인 ‘노무현 지지 철회’ 선언으로 여권이 더 강하게 결집하면서 결국 노 후보가 48.9%로 46.6%의 이 후보를 간발의 차로 꺾었다.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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