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나뉜 부울경 9곳, 공천 놓고 벌써 ‘갑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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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에서 ‘갑·을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선거구가 갑과 을로 나뉜 지역에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기초단체장과 구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다. 차기 총선의 전초전 성격도 띤다.

현재 부울경에서 선거구가 2개로 분구된 지역은 모두 9곳(부산 5, 울산 1, 경남 3)이다. 이들 중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울산 남(구청장 서동욱)과 경남 진주(시장 조규일)를 제외한 7곳에서 예측불허의 공천 경쟁이 예상된다. 각종 선거 때 경선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지자체장을 ‘자기 사람’으로 확보한 사람이 차기 총선의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힘 소속 2곳 뺀 나머지 지역
공천 유리한 고지 점하기 전략
지자체장 ‘자기 사람’ 확보 전쟁
차기 총선 전초전 벌써 시작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조용


부산 해운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3선의 하태경(갑) 의원과 초선의 김미애(을) 의원이 양분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 하·김 의원이 해운대구청장 공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5~6명의 후보가 1장의 티켓을 놓고 각축전을 벌인다. 해운대갑에선 하 의원과 정치적 노선을 같이해 온 최준식 전 부산시의원과 정성철 전 해운대구의회 의장이 분주히 표밭을 누비고 있고, 을에선 강무길·김진영 전 시의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성수 전 해운대경찰서장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와 관련, 해운대갑에선 “지난 지방선거 때 을에서 구청장과 비례대표 구의원 공천권을 가져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갑에서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을에선 “정당하게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맞선다.

사하도 매우 복잡하다. 김척수(사하갑) 당협위원장과 조경태(사하을) 의원의 입장이 판이하다. 22대 총선 출마를 준비해 온 김 위원장은 “내년에 사하구청장에 도전하라”는 주변의 줄기찬 권유에 고민에 빠졌고, 조경태 의원은 자신과 가까운 노재갑 전 시의원을 내심 지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조정화 전 사하구청장과 성창용(조경태 의원실) 보좌관도 출마 의지가 강하다. 게다가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조 의원은 홍준표 후보 중앙선대위원장을 지냈고, 김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 특보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두 사람의 정치 성향이 크게 다르다.

부산진에선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이헌승(을) 의원과 가까운 김영욱 전 시의회 부의장이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서병수(갑) 의원 쪽에선 정재관 전 금정구 부구청장의 출마설이 나돈다. 박석동 전 시의원과 황규필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부산시 경제특보를 맡고 있는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불출마 입장이 확고하다.

부산 정가에선 “국회의원 선수로는 서 의원이 높지만 부산진에선 이 의원이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어 결국 이 의원 생각대로 공천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북구에서도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지금까지 북강서갑에서 북구청장 공천을 주도했지만 강서 쪽에서 “내년에는 현역인 김도읍(3선) 의원에게 넘겨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박민식 전 의원 쪽에는 오태원 북구체육회장과 조성호 전 부산시 국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김도읍 의원은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표명이 없는 상태다. 남구에는 갑을 상관없이 10명 가까운 후보들이 활동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선 홍태용(갑) 김성우(을) 두 당협위원장 간 공천경쟁이 진행 중이지만 오랫동안 당협을 이끌었던 홍 위원장이 다소 우세하다는 관측이다. 양산에선 갑 쪽의 한옥문 경남도의원과 을 당협 위원장인 나동연 전 양산시장 등이 맞붙어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 PK 정치권에선 분구지역 내부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지만 민주당은 다소 조용한 편이다. 대부분 분구지역에선 현직 지자체장이 민주당 소속인 데다 부울경 정당 지지도가 낮아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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