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실 월패드 해킹으로 사생활·알몸까지 다 털렸다
부산일보DB 자료사진
"우리집 거실을 누군가가 엿보고 있다면?"
국내 일부 유명 아파트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가 해킹돼 사생활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돌입했다.
27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온라인에 유포된 '월패드 해킹 아파트 리스트'에 오른 공동주택 700여 곳 중 일부에서 해킹 흔적을 확인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도 스마트홈 기기 해킹이 우려된다며 제조 기업과 공동주택 관리소, 이용자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월패드는 가정 내에서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조작하거나 외부 방문자 등을 확인할 때 쓰는 스마트 기기다. 월패드에는 보통 경비실이나 다른 가구와의 영상 통화를 위해 카메라가 달려있는데, 해커가 이걸 해킹해 실시간으로 집 안을 들여다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월패드는 전체 세대가 공동망을 쓰는 만큼 한 세대가 해킹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세대까지 위험해진다.
해커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찍힌 사생활 영상은 다크웹(dark web·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 등에서 판매까지 됐다.
해킹이 우려되는 국내 아파트 700여 곳 리스트는 최근 일부 다크웹 등에 월패드 카메라를 통해 불법 촬영한 영상이 유출되며 함께 퍼졌다. 리스트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울산, 제주, 경북 포항 아파트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유출 영상은 지난달 홍콩의 모 웹사이트에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처음 올린 것으로 영상과 함께 유출된 사진에는 거주자의 일상뿐 아니라 아파트 주민의 알몸이나 성관계 등 사생활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경찰은 문제의 영상 유출과 유통 등 세부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불법 촬영 혐의를 적용해 이에 가담한 해커들을 검거할 계획이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지난 24일 "홈네트워크 기기를 켜고 끄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이를 악용해 해킹을 통한 사생활 영상 유출 등 침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이용자의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다"며 예방법을 설명했다.
해킹 예방을 위해 기기 이용자에게는 암호 설정과 최신 보안 업데이트, 카메라 렌즈 가리기 등을 제안했다. 또 아파트 관리소엔 관리자 비밀번호의 주기적 변경, 방화벽 등 보안장비 운영 등을 주문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당장 월패드에 부착된 카메라를 스티커 등으로 가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