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2주택자까지도 종부세 부과, 법 개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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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과세하겠다던 종합부동산세가 일시적 2주택자를 배려하지 않으면서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일대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에 거주하는 김 모(47) 씨는 지난해 가을 직장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 된 올여름 기존 아파트를 팔았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새 아파트를 구입한 후 1년 이내에 기존 아파트를 팔면 ‘일시적 2주택자’로 분류돼 다주택자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김 씨는 1년을 넘기지 않기 위해 다소 가격을 낮춰서라도 서둘러 아파트를 처분했고,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과세 폭탄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최근 김 씨는 종합부동산세 납부고지서를 받고, 자신이 100만 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종부세는 일시적 2주택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주택 수 따라 일괄적 다주택자 분류
일시적 2주택자 ‘과세 대상’ 법 맹점
서민들 원성 높아, 구제책 내놔야
부과 대상도 ‘전면 재조정’ 필요

고액 주택 소유자, 투기성 다주택자를 과세하겠다는 명목으로 제정된 종부세의 불똥이 엉뚱한 서민들에게 튀고 있다. 특히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일시적으로 2주택을 소유한 실수요자에게마저 투기성 다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종부세를 부과해 서민들의 원성이 큰 실정이다.

기존 양도소득세나 취득세의 경우 새 주택 입주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다주택자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종부세는 다르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배려 없이 당해 6월 1일 기준 주택 수에 따라 일괄적으로 다주택자를 분류한다. 이 때문에 일시적 2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새 주택 입주가 6월 전이고 기존 주택을 6월 1일 이후에 판다면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앞선 사례의 김 씨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7억 원 초반대. 종부세 과세대상(공시가격 11억 원 초과)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2주택자 이상인 경우 전체 주택 가격을 합산한 금액이 6억 원을 초과하면 종부세를 부과한다. 결국 6월 1일 기준으로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한 김 씨는 다주택자로 분류돼 종부세 대상자가 된 것이다.

김 씨는 “일시적 2주택자 조건을 맞춰 겨우 한숨 돌렸는데, 정작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종부세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어이가 없었다”며 “기존 정부의 종부세 부과 취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종부세 기준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보다 더 억울한 경우도 발생한다. 김 씨가 소유한 아파트보다 훨씬 값싼 주택을 소유한 서민에게도 종부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과세 기준이 주택 가격 합산 6억 원(공시가격)이다 보니, 실제로는 3억 원대 아파트 소유주까지 그 영향을 받게 된다. 같은 가격대의 아파트로 이사할 경우, 새 아파트를 산 후 기존 아파트를 팔기 전까지는 총 금액 6억 원이 넘는 다주택자(종부세 부과 대상)가 된다. ‘종부세 부과 대상은 일부 부유층’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는 ‘봄, 초여름에는 종부세가 무서워서 이사도 못 한다’는 웃을 수 없는 농담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종부세의 형평성 문제는 일시적 2주택 문제뿐만이 아니다. 재산 총액에 관계없이 보유한 주택 수만으로 세금을 중과하는 것도 종부세의 또 다른 맹점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1억 원짜리 주택을 한 채 소유한 사람은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공시가격 3억 원이 넘는 주택 2채, 혹은 공시가격 2억 원이 넘는 주택 3채를 가진 사람은 재산이 10억 원이 채 되지 않아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

이에 대해 동의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정부가 ‘다주택자는 투기세력’이라 논리 아래 징벌적 과세로 이들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고 세밀한 제도 마련 없이 종부세 강화만 서두른 결과 이런 억울한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억울한 과세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구제책을 내놓아야 하는 한편, 단순히 주택 수보다는 전체 금액 등을 좀 더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부세 부과 대상을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지연·김종렬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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