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우리 곁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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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나락(奈落)이라고도 한다. 흔히 ‘나락에 떨어졌다’라고 표현한다. 나락은 바로 지옥이다. 불교에서는 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곳을 지옥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이곳에 갔다. 지장보살이 그랬다. 그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 모두가 부처가 되는 그때 자기도 고통 없는 세상에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옥 중에도 유명한 지옥이 아비지옥이다. 불교의 팔열지옥(八熱地獄·매우 뜨거운 불길로 고통받는 여덟 지옥) 중 맨 아래층이며,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이다. 이곳에서는 야차(夜叉)들이 큰 쇠 창을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 코, 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진다고 한다. 영화 ‘신과 함께’에도 여러 지옥이 나오는데, 그 묘사가 매우 생생하다. 문학 속에서도 지옥은 자주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게 단테의 <신곡>이다. 지옥을 소재로 한 대표적 작품 중 하나다. 지옥, 연옥, 천국 등 3편으로 이뤄진 단테의 <신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부분이 지옥편이다. 죄인 중에 가장 큰 죄를 지은 이들이 갇힌 지옥은 어떠한 곳일까? 단테에 따르면 꽁꽁 얼어붙은 추운 장소라고 한다.

연상호 감독 드라마 ‘지옥’이 일주일째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를 지켰다. ‘지옥’은 19일 공개 후 하루 만인 20일 1위에 오른 후, 21일 ‘아케인’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22일 1위를 탈환한 후, 일주일째 정상 자리를 지켜 ‘오징어 게임’에 이어 또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이 무시무시한 넷플릭스 쇼는 폭력적인 결말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오징어 게임’ 그 이상이다. ‘지옥’은 수십 년 동안 회자될 예외적인 드라마다”라고 극찬하고 있다.

‘지옥’은 그 어떤 작품보다 날카롭게 현실을 간파한다. 초자연적 현상에 따른 집단행동의 맹점과 그릇된 신념을 가진 집단이 불안정한 정국을 주도할 경우 이어지는 사회적 위기를 꼬집는다. ‘지옥’이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 지옥의 형상을 그려내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지옥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생을 많이 살아본 어른들은 꼭 죽어서만 가는 게 지옥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지옥은 존재한다. 그러고 보니 한국 사회는 지옥이 많다. 입시도 지옥이고, 취직도 지옥이고, 내 집 마련도 지옥이다. 연애도 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헬조선’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왔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이게 계속된다면 우리가 딛고 있는 이 현실 세계가 ‘지옥’ 그 자체로 느껴질지 모른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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