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대선은 정책과 인물과 구도의 싸움이다.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각 당의 후보들은 자신이 처한 구도의 유불리를 분석하고, 그에 맞게 저마다의 정책과 인물됨으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유권자들은 구도와 인물의 장단점을 잘 판단해야 하지만,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에도 집중해야 할 때다. 이번 대선 구도는 민주당에게 유리하지 않다. 지난 4·7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부동산과 2030세대의 탈 민주당 구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물에서는 국민의 힘이 불리하다. 윤석열 후보는 본인과 부인, 장모를 둘러싼 실언과 의혹 및 불법 문제로 인물 경쟁력을 적지 않게 상실했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후보, 국가 혼란만 자초
부동산·청년 문제 해결할 정당 필요

5년마다 일방통행식 대선 되풀이
양극단적 진영 전쟁서 탈피해야

공동체 영향 미칠 미래 정책 평가
시대 변화에 맞는 대안 제시하길

두 후보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각각 부동산 문제, 불확실한 미래로 돌아선 중도층과 2030세대의 탈 민주당 성향을 반전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 행보에 집중하고 있고, 윤석열 후보 또한 약점인 인물 문제를 돌파하고,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중도층과 2030세대의 재이탈을 막기 위한 정책 노력에 치중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몇 가지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물 평가는 지속해야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인물이 부족하거나 이상하면 5년 대통령 임기 동안 나라는 혼란과 퇴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준비 안 되고 결격사유가 있는 대통령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또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구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지속해야 한다. 부동산과 청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 어디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민주 선거에서 이들 문제를 야기한 민주당에 대한 응징 투표도 중요하지만, 응징 투표로 들어설 국민의힘 정부가 부동산과 청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셋째, 두 후보의 정책이 나와 우리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 정책에 대한 과거 평가도 필요하지만, 두 후보가 내놓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좀 더 중심에 놓고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지 과거에 갇혀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책과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지난 1987년 이후 거대 양당은 대선에서 서로 정권을 주고받으며 배타적인 정책의 시소게임을 펼쳐왔다. 두 당은 시장 대 국가(정부), 작은 정부와 큰 정부, 성장 대 분배, 탈규제 대 규제라는 대립항들을 놓고 적대적이고 양극단적인 정책 대결을 지속해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런 양자택일과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대립항들을 적절히 녹여내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양당은 정책을 개발하고 경쟁하는 데 있어서 자신들의 기존 정책을 일방적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장과 국가, 작은 정부와 큰 정부, 성장과 분배, 탈규제와 규제라는 목표들을 시대 변화와 국민 요구에 맞게 잘 통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시장과 국가 중 어느 하나가 잘해서가 아니라 서로 공조해서 이룬 성과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국민은 성장이냐 분배냐는 철 지난 이분법이 아니라 복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문제를 시장 대 정부, 민간 대 공공, 탈규제 대 규제라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지금 양당은 국민을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정책 대결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규제와 공공만을 강조하면 어느 민간이 집을 짓겠는가? 당연히 공급이 부족해진다. 시장과 민간, 탈규제에만 맡긴다면 부동산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청년들의 미래는 더 암울해진다. 해결책은 시장과 정부, 민간과 공공, 탈규제와 규제를 잘 조합해서 공급도 확대하고 민간도 돈을 벌고, 무주택자도 집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양극단적인 이념형 정책으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위험한 부동산 전쟁만 벌일 것이 아니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우리 정당은 좀 성숙해져야 한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빠진 양당이 펼치는 일방주의 정책과 양자택일 강요는 5년 대선마다 우리 국민을 악순환적이고 소모적인 시소게임에 밀어 넣어 왔다. 이제 극단의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 양당은 실용적이고 문제 해결적인 정책 경쟁을 통해 선순환적이고 즐거운 시소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극단적이고 퇴행적인 평행선만 달릴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서로의 정책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