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타워 시민 희망고문 25년… 시는 방조자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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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롯데그룹이 최근 부산시에 롯데타워 건립 실행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역시나 ‘맹탕’이었기 때문이다. 시는 롯데 측이 2019년 롯데타워 건립 계획을 수정한 이후 아무런 공식 입장도 표명하지 않아 지난달 구체적 추진 일정이 명시된 실행계획서를 요청한 터였다. 그런데 롯데가 제출한 계획서는 달랑 1장짜리로, 착공·완공 시기나 전체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명시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내용이 얼마나 부실했던지 시 관계자가 “실행계획서라고 볼 수 없는 무늬만 계획서”라며 탄식했을 정도이니, 이쯤이면 무성의 수준을 넘어 시를 우롱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행 계획” 요구에 ‘맹탕’ 서류 제출한 롯데
행정편의만 봐 주지 말고 엄격 조치 취해야

롯데가 부산에 랜드마크 역할을 할 타워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한 게 25년 전이다. 1995년 롯데는 107층짜리 타워와 함께 백화점, 마트 등이 들어서는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백화점, 마트 등 소위 ‘돈 되는’ 상업시설은 벌써 들어섰으나, 핵심 시설인 타워는 아직 바닥 공사에 머물러 있다. 타워 안에 주거시설을 넣겠다는 롯데의 요청이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후 공사가 그대로 멈춘 것이다. 2019년 층수를 대폭 낮추고 수목원 전망대를 넣겠다고 계획 변경을 알린 뒤 롯데는 지금껏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마지못해 제출한 이번 계획서에도 “2022년 상반기 건축심의 접수를 목표로 업무를 진행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2019년 계획 변경 때 롯데가 밝힌 타워 완공 기한은 2022년이었다. 그런데 2022년 상반기에 건축심의를 ‘접수한다’도 아닌 ‘접수를 목표로 한다’니, 사업 진행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롯데 관계자가 “외관 디자인 검토 등 타워 건립 계획을 보완하고 있으며 서둘러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지만 그 말을 온전히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선 롯데가 타워 내 주거시설이 허용될 때까지 버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롯데타워를 초고층으로 짓고 주거시설을 도입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시 안팎에서 나오는 형편이고 보면 그런 의심이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는다.

롯데타워가 20년 넘게 부산 시민을 ‘희망고문’ 한 데는 시의 책임이 크다. 계속된 약속 번복에도 시는 롯데가 민간사업자라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행정상 편의만 봐주며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는 롯데가 타워 건립을 차일피일 미루는데도 착공 시한을 연장해 주고 백화점과 아쿠아몰, 마트에 대해선 해마다 임시사용승인을 내줘 정상 영업이 가능토록 했다. 시가 롯데에 끌려다닌 건지 아니면 결탁이라도 한 건지 모를 지경이다. 여하튼 최소한 시가 롯데의 행태를 방조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시는 더 이상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분명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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