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극 케미’ 윤석열-이준석, 적전분열로 ‘공멸’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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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두고 내내 부딪쳤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결별’ 단계까지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밤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긴 이 대표는 30일 “금일 이후 이준석 당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며 연락을 끊고 잠행 중이다. 주변에 당 대표 사퇴 입장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정 영입 ‘패싱’ 논란 도화선
이 “공식 일정 취소” 칩거 들어가
‘당 대표직 사퇴’ 의사까지 밝혀
내부 갈등 방치 ‘윤 책임론’ 거론
“수습 안 되면 패배” 위기감 확산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돌풍’을 일으키며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선출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등을 둘러싼 ‘패싱’ 논란이 사태의 도화선이 됐지만, 두 사람은 윤 후보가 올 7월 말 입당할 때부터 내내 불협화음을 내 왔다. 양측의 갈등이 선거 주도권을 둘러싼 ‘파워 게임’ 양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정치력 부족을 아쉬워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의 경우 윤 후보의 선대위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자력으로 제1야당 대표에 오른 자신의 성취에 대한 자긍심이 남다른 이 대표는 종종 윤 후보가 ‘정치 초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내 구상=필승 공식’이라는 태도를 거리낌 없이 보여 왔다.

특히 자신의 ‘멘토’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전권 행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골적으로 윤 후보 측을 압박했고, 김종인 카드가 사실상 무산된 이후에도 “항상 김 전 위원장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꼭 뭔가 찍어 먹어 봐야 하는 느낌으로, 꼭 그다음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며 윤 후보의 결정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이수정 위원장 영입에 대한 이 대표의 태도 역시 논란이 적지 않다. 이 위원장의 젠더 이슈에 대한 접근법이 비교적 온건한 편인 데다, ‘이대남’(20대 남성)만큼 ‘이대녀’의 지지도 중요하다는 후보의 판단을 당 대표가 어느 정도 존중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윤 후보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 대표가 내부 갈등 상황을 SNS로 중개하는 듯한 행태도 문제지만, 윤 후보 역시 그동안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발로 “대표 탄핵” “김종인 몽니를 부린다” 등 감정 섞인 발언이 중구난방식으로 나오는 상황을 전혀 통제하지 않은 채 갈등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특히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옛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요직을 독식하는 등 일부 측근들의 ‘제 식구 챙기기’ 행태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에도 윤 후보가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 또한 간극을 키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박 3일의 충청권 일정 중인 윤 후보는 30일 청주에서 만난 기자들로부터 이 대표 관련 질문을 받자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사무총장에게 이유를 파악해 보고, 이 대표를 만나 보라고 얘기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의 ‘키’를 쥐고 있는 이 대표가 실제 2선으로 물러날 경우 ‘공멸’이라는 당내 위기감도 크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우리 모두 겸손하게 한마음이 돼 오로지 정권 교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조경태) “차, 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김태호)라며 갈등 수습을 촉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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