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월패드 해킹 파문… 부실 홈네트워크 결국 일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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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아파트 단지의 거실 벽면에 설치된 월패드 카메라가 해킹돼 관련 영상이 무더기로 유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신축 아파트 대부분이 ‘지능형 홈네트워크(이하 홈네트워크)’의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아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우려(부산일보 4월 15일 자 1면 등 보도)가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사생활 유출 가능성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고, 정부도 입주민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월패드를 통해 집안 내부 영상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 의뢰를 받아 내사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월패드는 출입문, 전등, 난방 등 집 안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모니터 화면으로, 아파트 거실을 볼 수 있는 카메라가 달려있다.

본보 보안 취약 우려 보도 현실로
경찰청, 집 내부 영상 유출 수사
온라인엔 해킹된 곳 명단 떠돌아
APT 대부분 서버 방화벽 없고
해킹 방지 홈게이트웨이 미설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커가 월패드를 해킹해 사생활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과 관련 게시 글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해킹 아파트 명단’이라며 전국 아파트 이름 수백 개가 떠돌았다. 현재 경찰은 피해 아파트 리스트가 실제로 해킹된 것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인터넷에 유출된 명단과 실제 아파트 주소를 비교한 결과 정확하지 않은 곳이 많아 일부를 추출해 실제 해킹 여부를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해킹 사태는 가 지적한 대로 건설사가 홈네트워크 설치의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고,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다. 현재 전국 대부분 아파트에는 세대마다 반드시 설치돼야 할 홈게이트웨이가 시공되지 않았고, 단지 서버에는 방화벽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홈게이트웨이는 세대끼리 연결된 인터넷망을 통한 해킹을 막는 역할을 한다. 단지 서버 역시 방화벽이 있어야 외부 해킹을 막을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홈게이트웨이나 서버 방화벽이 없는 아파트는 건축법 위반으로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건설사나 지자체 모두 관련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해킹 사태는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최근 보도자료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서버 방화벽 운영, 보안 취약점 등을 점검하고 입주민은 홈네트워크 암호를 설정하고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렌즈를 가려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홈네트워크 기기에 대한 사이버 공격 확대에 대비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2009년 국토부, 과기부, 산자부 등 3개 부처 장관이 공동으로 고시한 홈네트워크 기술기준이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건설사는 20가지 의무 설비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지자체는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본보 보도 이후 국토부와 부산시는 건설 중인 아파트에 대해 법적 기준을 준수하도록 특별지시를 내렸지만 이미 준공이 난 아파트에는 해당되지 않아 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올 10월 홈네트워크 부실 시공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국회의원(경남 김해시을)은 “아파트는 단지 서버 방화벽 보안기능 확인서가 제대로 있는지를 확인하고 세대 내 홈게이트웨이가 설치돼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면서 “입주민들이 합의된다면 급한 대로 외부에서 해킹을 차단하도록 단지 서버를 일시적으로 단절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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