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43. 생명 근원적 형태에의 탐구, 최만린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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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린(1935~2020)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1967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최만린은 1957년 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후, 1965년 제4회 파리비엔날레와 1969년 제10회 상파울루비엔날레, 1995년 한국 현대미술 파리초대전 등에 참여해 국제적 활동을 이어나가며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로 평가받았다.

최만린은 서양미술사의 맥락 안에서 조각이라는 매체를 사용해 자신의 예술 탐구에서 ‘한국성’ 또는 ‘전통적’ 정신과 가치를 도입하고 녹여내는 것에 몰두했다. 특히 1975년에서 1989년 사이에 제작한 ‘태(Placenta)’ 연작에서 작가는 생명의 근원적 형태에 더욱 심층적으로 접근했다.

그에게 생명이란 우주의 원리나 자연의 섭리 등 총체적이고 형이상학적 차원이 아닌, 인간적 차원에서 원초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생명성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 집중해 생명성이란 것을 마치 둥근 알에서 솟아나 상하좌우로 뒤틀리듯 뻗어 나가서 둥근 원형으로 응축된 형태로 표현했다.

모양이나 형태를 의미하는 한자어인 ‘태(態)’는 최만린 조각 양식의 정점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의 상징적인 조형 언어인 살아 움직이듯 꿈틀거리는 유기적 형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연작으로 평가받는다. 둥근 원형이 반복적으로 연결되어 유연한 곡선을 이루는 형식은 생명의 생장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통해 모든 존재의 내재적 생명력과 잠재적 변형의 역동성을 구현하며, 형태 자체가 의미가 될 수 있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생명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최지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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